▲ 홍영진 사회문화팀 차장

<음식디미방>은 400년 전 경북 영양에 살던 사대부가(家) 정부인(貞夫人) 장씨(1598~1680)가 쓴 책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조리서로, 제목에 담긴 뜻은 ‘음식맛을 내는 방법’ 정도로 풀이된다. 82세에 생을 마감한 장씨는 한평생 집안 대소사에 필요한 음식을 만들면서 손맛을 익히고 입맛을 키웠다. 그렇게 터득한 맛의 비결은 가문의 비법이 됐다. 이토록 소중한 삶의 지혜를 집필하면서 노(老)부인은 이런 당부의 말도 남겨뒀다. ‘매우 눈이 어두운데 간신히 썼다. 그 뜻을 잘 알아서 그대로 시행하라. 딸자식은 각각 베껴가되 이 책을 가져 갈 생각일랑 하지 마라. 부디 상하지 않게 간수해서 훼손하지 말아라.’

전국의 지자체가 각 도시의 음식관광 활성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울산 또한 마찬가지다. 음식관광 활성화 방안을 연구해 최종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본보에 연재한 ‘관광울산, 맛으로 연다’는 그같은 트렌드에 맞춰 우리 울산의 가능성과 향후 방향을 알아보자는 취지였고, 앞으로 1회 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음식디미방>은 경북관광공사에서 도내 관광사업의 성공사례로 추천한 테마였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영양군의 선택은 관내 고택이 밀집한 두들마을을 한옥체험 관광단지로 조성하면서 음식디미방과 정부인 장씨를 앞세워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전략이었다. 그곳에 가면 경북도 사대부가 음식을 한상 잘 먹을 수있다. 아예 하룻밤을 지내면서 대구껍질 누르미, 석류탕과 같은 음식을 만들 수도 있다. 영양군은 이를 정부의 한식브랜드화 사업과 연결해 4개 국어로 번역되는 홈페이지를 구축, 구글이 직접 관리하도록 협약까지 체결했다. 구글을 통해 하루 수천명의 외국인이 우리의 한식을 체험한다. 덩달아 산간오지 영양을 직접 방문하는 내·외국인도 늘고 있다.

두들마을 사례는 결과보다 그 간의 과정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들마을은 이미 1994년 정부지정 문화마을로 선정됐고, <음식디미방>도 어느날 갑자기 뚝 떨어진 문헌이 아니다. 이처럼 오래된 것이 새롭게 빛을 발하게 된 데는 두 콘텐츠를 하나로 연결하는 역사·문화·여성계의 지속적인 제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경북도와 영양군의 일관된 지원도 큰 힘이 됐다. 그렇지 않았다면 <음식디미방>은 여전히 책으로만 존재할뿐 지금처럼 맛보고 체험하는 글로벌 음식관광 콘텐츠로 활용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한 도시의 관광은 이처럼 주민과 전문가의 지속적인 관심과 행정적 지원이 함께 돌아갈 때 큰 효과를 낸다. 아쉽게도 울산에는 ‘문화도시’ ‘창조경제’를 고민하는 연구모임만 있을 뿐 새로운 먹거리인 ‘관광산업’에 방점을 둔 전문가 모임은 없는 것 같다. 이달초 한국지방정부학회와 울산대 정책대학원이 주최한 ‘관광산업활성화를 통한 지역발전전략 학술회의’에서 한 패널은 ‘울산관광포럼’과 같은 새로운 정책제안모임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먹거리가 포함된 관광산업은 미래울산에 희망을 불어넣는 일이다. 행정과 민간이 함께 노력하면 울산도 얼마든지 제대로 된 맛투어 상품을 만들 수 있다.

홍영진 사회문화팀 차장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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