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현주 사회문화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는 말이 있다. 사소한 문제를 미리 걱정해 큰 일을 그르친다는 뜻이다.

올해 초 울산시는 지역 예술인들의 반발과 민원을 줄이기 위해 문화예술육성지원금 지원 대상자를 발표하면서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심사위원 명단이 공개되면 누가 어떻게 심사했는지에 대한 말이 많아 이를 막기 위해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언론의 공개 촉구에도 귀를 막았다.

심사위원 명단 비공개는 급기야 투명하고 책임있는 심사를 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그만 의문이 큰 의혹으로 부풀어진 것이다.

울산시 문예지원사업의 심사위원 및 총평 공개는 지난 2011년 시작돼 지난해까지 4년간 그 원칙을 지켜왔다. 그런데 올해 갑자기 사라졌다. 공공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정부 3.0’ 취지에도 역행하는 처사였다.

내년도 지역 문화예술육성 지원사업에 울산시가 10억82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세부사업은 ‘전문예술활성화사업’과 ‘신진예술가 지원사업’으로, 지원분야는 문학, 시각, 음악, 무용, 연극, 전통(국악), 다원, 신진예술가 등 8개 분야다.

내년에는 심사위원 명단을 반드시 공개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지난 2014년 12월에 열린 올해 울산시 문예지원사업 설명회에서도 ‘심사위원 명단’과 ‘심사총평’ 공개를 약속한 바 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담그기를 포기하기 보다 처음부터 구더기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면 된다. 처음부터 면역력을 강화해 병을 키우지 말자는 것이다. 부디 내년에는 심사위원단이 공신력있는 사람들로 구성되길 바라며, 그 심사위원들이 가면을 벗고 당당히 얼굴을 공개할 수 있길 바란다. 가면을 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민은 깊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시간은 더욱 길어질 것이다.

석현주 사회문화팀 hyunju021@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