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와 혁신은 한계 극복해야 얻는 것
젊은이가 열정·도전정신 발휘하도록
기성세대는 좌충우돌 참고 기다려야

▲ 장주옥 한국동서발전 사장

필자가 직장생활을 한지 벌써 30여년이 흘렀다. 지금까지 어떻게 달려왔는지 생각하면 그저 신기할 뿐이다. 좌충우돌의 삶이 아니었나 싶다. 몇 해 전 새해맞이 사내 방송 인터뷰 때 한 직원이 젊은 세대에 필요한 덕목이 무언가에 대해 물었다. 그때 잠시 과거를 돌아보며 대답한 첫 말은 ‘좌충우돌’이었다.

‘좌충우돌’의 사전적 의미는 ‘아무 일에나 함부로 맞닥뜨림’이다. 그렇다. 새내기 직장인이 얼마나 알겠는가. 그저 이것저것 다해 보는 거지. 다듬어진 것도 없이 못난 대로 일단 시도해보는 거지. 물어도 보고 찾아도 보면서 어떤 것이든 맞닥뜨려 일을 해 보는 거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기억나도 어떻게 일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까. 그래서 필자는 ‘좌충우돌’을 ‘열정과 도전’으로 해석한다.

돌이켜보면 필자의 직장 초년생활은 잘 다듬어진 대리석이 아니었다. 채석장에서 막 캐낸 울퉁불퉁 제멋대로 생긴 자연석이었다. 그런 필자를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은 전적으로 못난 돌의 좌충우돌을 참고 기다려준 선배와 동료들 덕분이다. 그들이 때론 채석공의 끌과 망치가 되어 필자의 모난 부분을 깎아 다듬었다. 그들은 좌충우돌을 열정과 도전으로 인정하고 아낌없이 연마해 줬다. 한 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회사의 성장은 열정과 도전 정신으로 시도해보는 인재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처럼 좌충우돌의 인재들이 후에 위대한 기업가로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금,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불굴의 씨앗을 좌충우돌하는 젊은 인재들에게 심어보자. 길의 끝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는 기업가 정신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도전과 인고의 세월 끝에 만들어 진다. 투박한 새내기 직장인들의 좌충우돌을 인내하고 다듬어서 미래를 창조하는 인재로 만들어야 한다. 무엇이든 일단 맞닥뜨려 해보는 용기를 갖도록 해야 한다. 해보지 않고 실패든 성공이든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없다. 길의 끝에서 절망을 말하지 말고 또 다른 희망을 보는 독수리의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관점을 달리해야 길이 보인다.

구약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로 이스라엘 민족이 지도자 모세를 따라 애굽을 떠나 미지의 가나안 땅으로 들어갈 때 일이다.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기 전 그 땅의 상황을 살피기 위하여 정탐할 열두 사람을 선발하여 보냈다. 그 중 열 사람은 돌아와서 보고하기를 “가나안 사람들은 크고 장대하여 메뚜기 같은 이스라엘이 이길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여호수아와 갈렙이라는 두 사람은 가나안 사람들을 “이스라엘의 먹이일 뿐”이라 보고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전혀 다른 보고를 한 셈이다. 열 명과 두 명의 정탐꾼들은 보는 관점이 전혀 달랐다. 한 편은 보이는 것만을 보았고 다른 한 편은 보이는 것을 너머 희망을 보았던 것이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절망을 본 다수의 의견을 물리치고 희망을 본 두 사람의 보고를 따른 모세의 리더십으로 이스라엘 민족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정복할 수 있었다.

좌충우돌을 넘어서야 확고부동한 원칙을 배우고 사통팔달의 지식과 유연성을 얻는다. 보이는 면만을 보고 따르도록 하지 말고 보이는 것 너머를 보고 맞닥뜨리는 좌충우돌을 허하자. 주어진 공식과 경험에 따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창조와 혁신은 이들을 파괴하고 한계를 극복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도전을 물리치지만 말고 용인해보라. 무한한 창조의 주인공이 여기에서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세계의 무수한 젊은이들이 좌충우돌하는 열정과 도전으로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고 있다. 기성세대여, 젊은이들의 좌충우돌을 허하라.

장주옥 한국동서발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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