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인재 국내 영입 노력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환경 탓 망설이는 고급인력 많아
연구환경 바꾸고 처우개선도 노력해야

▲ 강길부 국회의원(울산 울주)

글로벌 시대, 세계 각국이 인재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중국은 미국과 맞서는 G2 국가로 등장하면서 고급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2008년부터 천인계획(千人計劃)을 수립, 해외 우수 전문 인재들을 중국 내로 영입하는 글로벌 전문영재 영입 프로그램을 시행해 큰 성과를 거뒀다.

우리의 대표적인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의 고급인력에 대한 중국의 손짓이 어느 때보다 거세다. 막대한 자본과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배경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담당 임원들에게 현재 연봉의 5배를 향후 5년동안 보장해 준다는 조건을 내건다고 한다. 조선산업을 확장하면서 울산의 대표기업인 현대중공업 임원들을 영입하기 위해 끈질기게 접촉을 시도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필자는 지난 6월 국회 임시회 중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업무보고에서 소프트웨어 고급인력들이 미국과 중국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현실을 지적,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우리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자신들의 근무여건에 대해 4D와 3C라는 자조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 어렵고(Difficult) 지저분하며(Dirty) 위험하고(Dangerous) 희망이 없는 환경(Dreamless)에서 담배(Cigarette)와 커피(Coffee), 컵라면(Cup-ramen)으로 때우면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는 뜻이다.

미래부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인 해외 유학생의 해외유출은 둔화 추세이고 외국인 유학생의 국내 유입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국인이 유럽, 러시아, 중국, 인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로 복귀하는 경향 및 의사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해외 시장이 어려워진 현상에 따른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래부도 최근 해외 연구인력 유치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초과학분야의 세계 Top 1% 정상급 과학자 발굴 및 유치 사업을 통해 올해 7월까지 124명의 과학자를 영입했고, 해외 우수신진연구자 유치사업으로 올해 60명의 과학자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ICT 분야 등의 우수한 재외 한인인재를 유치하고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해외인재스카우팅’ 사업을 추진해 26명을 유치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급 과학기술자들에게 한국은 여전히 돌아오기 어려운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지난 7일 미래부 산하 연구기관이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한인 과학자를 유치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는데, 많은 참가자들로부터 한국의 연구환경에 대한 비판적인 지적이 나왔다. 승자독식 사회로 한번 실패하면 재기가 어려운 점, ‘빨리빨리’ 문화와 단기적인 성과위주 연구시스템, 그리고 과학자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문화 등이 그것이다.

대한민국이 보릿고개를 넘어 세계적인 경제성장을 이룬 배경에는 우수한 교육을 받은 인적 자원의 힘이 컸다. 하지만 이제는 조국으로 돌아오고 싶어도 우리의 현실 탓에 귀국을 망설이는 고급 인력들이 많아졌다. 무조건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도 구태의연하다. 국내 우수인력이 해외로 나가는 것에 대한 대책뿐만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는 고급 인재들이 돌아오도록 연구환경을 바꾸고 과학기술인에 대한 처우도 개선하는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시급하다.

강길부 국회의원(울산 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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