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사회문화팀

폭스바겐은 지난 9월 연비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존폐 위기까지 거론됐다. 급기야 피해 정도와 상관 없이 자사 차량을 소유한 미국 운전자들에게 1000달러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하고 두 자릿수의 할인율을 적용·판매했다. 연비 조작에 대한 사과이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하지만 고의로 배기가스 누출량을 조작한 기업이라는 지적과 함께 불매운동이 진행돼 지난달 판매율이 24.7% 감소했다. 일본에서도 무상 수리기간을 5년으로 늘렸지만 감소율이 30%대에 달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달랐다. 선납금 없는 60% 무이자 또는 10% 할인판매 전략을 내놓자 국내 시장에서 업계 3위를 유지했던 폭스바겐이 잠깐 4위(9월), 5위(10월)로 추락했지만 11월엔 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전대미문의 마케팅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먹힌 것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에 대한 ‘안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현대차는 경쟁업체의 ‘연비 조작’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할인 정책에 가려 별다른 반사이익을 얻지 못했다. 귀족노조, 파업, 연봉 1억원 등 ‘안티 현대’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이기도 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6월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반년째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일 출범한 노조의 새 집행부는 16일만에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정치파업을 벌였다. 올해 임협을 연내 타결하지 못하면 내년엔 임협을 이유로 한 파업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을 해를 넘겨 지난 2월17일에서야 최종 마무리했다. 그리고 4개월여가 흐른 지난 6월25일 시작한 올해 임금협상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노조는 9개월간 진행한 지난해 교섭과정과 반년이 다 되어가는 올해 교섭 과정에서 수 차례 파업을 벌였다. 현대중공업 역시 안티 현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잦은 파업이 선주사들에겐 선박 건조 지연 우려를 낳아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 노사는 ‘안티 현대’ 이미지를 벗어던지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한 해의 상당 기간을 노사협상에 허비하는 대신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조합원들 역시 당장의 임금인상이라는 단기적인 시각이 아니라 회사가 경쟁력을 계속 가질 수 있도록 장기적인 시각에서 노사협상을 바라봐야 한다. 다시 한번 두 회사 노사는 이번 주가 연내 타결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이왕수 사회문화팀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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