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확보 위해 성과주의는 필수
확실한 보상·인사·복지체계 마련해
노사 대립 피하는 시스템 구축해야

▲ 한양현 울산신용보증재단 이사장·경영지도사

언제나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되면 조직이든 개인이든 무엇을 얼마나 했는지에 대한 성과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동하게 된다. 성과가 좋다고 생각되면 성과가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위안이 될 수 있는 온갖 이유를 찾아 항변하고 스스로 선방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심리는 광복 후 지속되어 오던 일본식 연공서열주의가 외환위기 이후부터 미국식 성과주의로 변화되면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성과가 인사와 보상의 기준이 되면서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경제 주체인 기업의 CEO와 임직원, 임기가 정해진 정치인 등 모두가 단기성과에 집착하면서 과도한 보상심리가 작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나친 경쟁에 따른 사기저하는 물론이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재 육성이나 투자 등 장기성과 창출에 필요한 준비가 터부시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우리의 특성에 맞는 성과관리법과 임금체계, 역량개발 모델의 재설계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위한 성과주의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식 능력주의와 미국식 성과주의를 비교해 보자. 능력주의의 조직풍토는 인재 육성, 장기적인 공헌 중시, 정년 보장이 바탕이 돼 사람이 일을 창조하는 반면에 성과주의는 업적 중시, 격차와 경쟁, 인재 활용을 기저에 두고 임시직 근로자 활용을 통해 일에 필요한 사람을 투입한다. 또 임금체계에 있어서는 능력주의는 노동력의 대가(인간 기준), 호봉제, 정기 승급으로 감급이 없는 반면 성과주의는 노동의 대가(일 기준), 연봉제, 직위·직무급이며 정기 승급은 없고 감급이 존재한다.

이 두 가지 유형을 비교하면 일본식 능력주의가 보다 인간적인 측면이 많아 보이지만 노동시장의 폐쇄성으로 인해 생산성이 미국식 성과주의에 따라가지 못하는 단점이 있고, IT를 기반으로 한 정보화 시대에서 산업의 라이프 사이클이 단축되면서 순식간에 기업의 존재가치가 없어지는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없는 맹점도 있다.

비록 성과주의의 비인간적인, 결과 중심의 보상에 대한 반감도 있지만 실시간으로 재화와 용역의 가치를 평가 받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것이 경쟁력 확보이고 경쟁력을 확보하더라도 생산성과 수익성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어떤 조직이든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한국인들의 중요한 기질적 특성이 돈보다 마음이고, 자존감을 매우 중요시 하므로 그에 걸맞은 새로운 성과주의가 필요하다. 성과주의에 대한 혁신이 없으면 자원과 인구, 자본이 부족한 우리가 새로운 도약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성과주의의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문제는 대규모 기업집단이 밀집되어 있는 울산의 경우 혁신적인 성과제도의 도입에 언제나 노사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결함을 가지고 있다. 지역 주력 기업들이 하루가 다르게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이 중차대한 시점에 노사는 여전히 충돌하고 있어 시민들은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차제에 확실한 성과체계에 대한 보상과 인사, 복지체계를 마련하여 해 마다 반복되는 노사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노사의 수평적 동업 관계를 바탕으로 서로 합의된 목표를 설정한 다음 과감한 업무 자율권을 보장해주는 한편 목적에 따른 평가 기준을 정해 초과 성과에 대해서는 과감한 보상을 제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성과주의의 혁신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한양현 울산신용보증재단 이사장·경영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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