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한파 몰아닥친 힘든 한해 저물어
새해에는 산업수도의 위용 회복하길
시의회도 더 나은 성적표 위해 노력

▲ 박영철 울산시의회 의장

“엘리어트란 시인은/ 4월이 잔인한 달처럼 말했지만/ 사실은 12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다/ 생각해보라/ 12월이 없으면/ 새해가 없지 않는가/ 1년을 마감하고/ 새해가 없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가 새 기분으로/ 맞이하는 것은/ 새해뿐이기 때문이다” 천상병 시인의 ‘12월이란 참말로 잔인한 달이다’의 전문이다. 시처럼 12월은 시험을 끝내고 성적표를 받아든 학생의 심정이 된다. 설렘 반, 기대 반의 두근거림일수도 있고, 실의와 좌절의 전주곡일수도 있다. 그 정도면 선방했다고 위안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때 조금 더 잘했으면 하는 후회가 남기 마련이다.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고 했다. 그렇다면 오늘의 울산은 어떤가.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침체로 부자도시라는 울산의 명성과 위상이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변하고 있다. 연말이면 백화점과 마트, 상가에 넘치던 흥청거림도 옛 일이 됐다. 가뜩이나 어려운 전통시장은 더욱 힘든 지경에 놓여 있다. 일감이 줄고, 일거리가 축소되면서 자연히 지갑이 얇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부 산업현장에서는 더 내놓으라는 요구와 더는 줄게 없다는 주장이 뜨거운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불꽃이 엉뚱한 방향에서 튀고 있는 것이다. 내일이 없고, 미래가 없는 허무함만 난무하고 있다. 정신을 바짝 차려도 모자랄 판이니 새해라고 달라질까하는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병신년(丙申年) 1월을 목전에 둔 울산의 을미년(乙未年) 12월은 천상병 시인의 시처럼 여전히 가장 잔인한 달이 되고 있다. 그래도 1년을 마감하는 이때에 새해는 새 기분으로 맞아야 한다. 어렵고 힘든 여건 속에서도 올 한해 울산이 새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알찬 결실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울산시의회와 집행부, 그리고 지역 국회의원이 삼각편대가 되어 사상 최대의 국비를 확보할 수 있었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시민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국으로 연결되는 사통팔달의 대동맥에 화물차량이 넘쳐나고, 수출입화물을 가득 실은 선박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산 앞바다를 통항하는 그날이 다시 열리길 희망한다. 이렇게만 된다면 울산은 산업수도의 위용을 금세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올 한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외국기업의 진출은 더욱 활기를 띠고, 투자처를 찾지못한 외국자본도 대거 밀려들 것이다. 울산의 새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동북아오일허브사업도 본궤도에 오르고, 바이오산업과 3D프린팅사업도 주도하게 될 것이다. 산업현장은 물론 일상 생활속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를 정비하고,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는 재원과 사업이 확보된 것도 2016년이 2015년보다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교육현장에서도 국가수준학업성취도와 학생체력등급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학업중단위기학생을 지원하고, 기능우수선수 육성에도 결실을 거둠으로써 전인교육이라는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시정과 교육행정이 대체로 무난하게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았다. 다만 오랜숙원 사업인 교육연수원 이전사업이 해를 넘긴 것과 이미 결정된 시립미술관 부지를 다시 재검토하겠다면서 우왕좌왕하는 것은 옥에 티인 만큼 해묵은 숙원사업이 지역의 정서와 주변의 환경을 고려하여 시민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지혜와 힘을 모아 새해는 반드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시의회도 올 한해는 상임위원회 중심의 현장활동을 알차게 전개하여 시민의 대의기관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원전 및 규제개혁특위는 물론 예결특위도 특별위원회에 어울리는 많은 성과를 보임으로써 우리 의회가 한층 발빠른 대응을 펼쳤다. 국민권익위원회가 17개 광역시·도의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종합청렴도 평가결과 울산시의회가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것은 의원들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의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새해에도 의회는 공부하고 연구하는 의원상을 정립하여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에 더욱 내실화를 기하고, 대안과 함께 시민의 여론을 가감없이 전달하여 올바른 행정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다. 2016년의 성적표는 2015년보다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열정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120만 울산시민 모두가 1년 365개라는 새로운 그릇에 꿈과 희망이 가득찬 한해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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