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소송 최대 벌금 107조원”…2014년 매출의 40% 해당
도요타·BP 등에 이어 미국 정부 철퇴에 글로벌 기업 추락 위기

 미국 정부가 4일(현지시간) 독일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VW)에 천문학적 규모의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폴크스바겐의 회생 노력에 다시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지난 9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제기했을 때부터 소송과 이에 따른 막대한 벌금 부과가 예상됐던 수순이기는 하지만 위기 극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던 폴크스바겐에는 커다란 일격이 아닐 수 없다. 

폴크스바겐이 이번 소송에서 완전히 패소한다면 이론적으로는 최대 900억 달러(약 107조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게 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폴크스바겐 그룹의 2014년 매출이 2천20억 유로(260조원)가량이므로, 한 해 전세계에서 벌어들인 돈의 40%에 달하는 돈을 벌금으로 내야할 수도 있는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EPA의 리콜 발표 이후 폴크스바겐이 일찌감치 조작 사실을 시인한 만큼 위반 여부에 대한 다툼 없이 정부가 승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벌금 규모는 소송 과정에서 조정될 수도 있다.

대니얼 리젤 변호사는 로이터에 “정부는 승소를 위해 폴크스바겐의 조작이 얼마나 의도적이었는지 밝힐 필요가 없다. 그냥 조작이 일어났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며 “폴크스바겐은 최대 규모의 벌금이 부과되면 회사가 위태로워지고 대량 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들어 벌금을 낮추는 협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벌금 규모가 다소 조정되더라도 폴크스바겐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폴크스바겐은 사태 이후 손실에 대비해 65억 유로(8조4천억원)의 충당금을 마련하고, 투자 규모도 축소했으나 이 돈으로는 미국 정부의 벌금만을 감당하기도 역부족일 수 있는 것이다.

미국 법무부는 민사소송에서 그치지 않고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형사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고, EPA는 리콜 협상을 소송과 병행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직원 형사 처벌 등으로 이어지면 회생 노력은 더욱 더뎌질 수 있다.

문제는 미국에서의 조치가 다른 나라로도 줄줄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도 자국의 환경 관련 법에 의거해 폴크스바겐에 벌금이나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또 우리나라에서만 3천 명 이상의 소비자가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매매계약 취소 및 매매대금 반환청구를 제기하는 등 전세계 소비자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의 규모도 엄청나다.

결국 미국 정부의 조작 적발로 독일 대표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기업 범죄에 엄격한 미국 정부의 철퇴를 맞고 위상이 크게 추락한 글로벌 기업은 폴크스바겐이 처음은 아니다.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는 2009년 미국에서 급발진 관련 리콜로 당시 업계 최대 규모인 12억 달러(1조4천억원)의 벌금을 냈고, 리콜과 소비자 소송으로도 각각 24억 달러와 16억 달러를 지출해야했다.

무엇보다 ‘품질의 도요타’라는 명성을 잃고, 신뢰가 하락한 것이 가장 큰 타격이었다.

영국의 석유기업 BP는 2010년 4월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고의 책임으로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에 200억 달러(23조8천억원)를 배상하게 됐다. 미국 내 단일기업의 손해배상 금액으로는 사상 최고액이다.

벌금액수가 결정된 것은 지난해 10월이지만, 2010년 사고 이후 이미 BP는 2010년 2분기에 18년 만에 첫 적자를 내며, 업계 순위도 2위에서 4위로 밀려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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