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로 노령화 진행 중인 한국
노인 부양할 노동력 인구는 감소세
복지 늘릴수록 후세에 부담 전가돼

▲ 박호근 언론인·전 연합인포맥스 사장

칼 마르크스가 프리드리히 엥겔스와 함께 공산당 선언을 발표한 것이 1948년. ‘전 세계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로 시작되는 이 유명한 선언은 ‘공산주의라는 이름의 유령이 전 유럽을 배회’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했다. 18세기 중엽 영국의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유럽 각국으로 자본주의의 물결이 파급되고 있을 무렵, 공산주의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깃발을 앞세워 유럽 각국의 노동자 농민 계층을 파고들었다. 결국 1917년 러시아혁명을 계기로 전 세계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로 양분돼 냉전시대가 개막된다.

이 과정에서 사회보장제도의 싹이 텄다. 1948년 2월의 공산당 선언 이후 유럽 각국 노동자와 농민들의 연대가 시작됐다. 정부와 자본가 등 일체의 기존 사회질서에 대한 폭력적 전복을 투쟁전략으로 내세운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 맞서 유럽 자본주의 국가들은 사회보장제도를 본격 도입하게 된다. 공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산재보험이나, 농민들을 대상으로 한 농업보험이 틀을 갖추면서 사회보장제도는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공산주의 프롤레타리아 혁명에 맞서 방어적 정책으로 도입된 서구의 사회보장제도는 각종 복지정책과 연결된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출산율의 저하와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이라는 세계적 트렌드와 함께 선진국 경제성장의 둔화가 이어지자 사회보장제도는 재정적자의 주범으로 등장한다.

사회보장 제도는 한번 도입되면 폐지·축소가 어려운 성격을 띠고 있다. 공산주의의 대항적 개념은 까마득히 사라지고 오로지 정권유지 또는 탈환 차원으로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의 국민연금도 그렇지만 연금·보험은 낸만큼 돌려받는 수익자부담원칙이 아니라 세대 간에 부담이 이전되도록 설계돼 있다.

출산율이 일정 수준 유지돼 노령인구의 수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근로인력이 계속 증가한다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반면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어서 문제는 더 크다.

UN은 65세 인구가 전체의 7% 이상인 국가를 노령화사회(Aging society), 14% 이상인 국가를 노령사회(Aged society)로 각각 규정해 놓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7.2%로 노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그로부터 19년만인 오는 2019년 노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령화사회에서 노령사회로 이행속도는 프랑스의 115년, 미국의 72년, 일본의 24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 노령 인구는 급속히 늘어나는 반면 이들을 부양해야 할 노동력 인구는 정체 또는 감소하면서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 서구 국가들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전체 근로자 임금의 50% 내외를 세금을 포함한 각종 사회보장비용으로 원천징수 당한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복지와 각종 사회보장 확대 공약이 판을 친다. 표에 눈이 먼 정치인들의 포퓰리즘(Populism)에 교수를 포함한 전문가들도 국내총생산(GDP)에서 사회보장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서구에 비해 극히 낮은 수준임을 내세워 포퓰리즘을 거든다. 지난해 전 세계 경제에 충격파를 던진 그리스 사태를 거론할 필요도 없이 서구 각국들도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서구 자본주의가 잘못 간 길이라면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로 하여 피해가야 한다. 사회적 약자와 절대 빈곤층에 대해서는 조세를 통한 재분배의 확대와 같은 한국적 사회보장의 새로운 틀을 짜야 한다. 그래서 노후보장을 위해 후세 세대들에게 허리가 휘어지는 부담을 안겨줘서는 안 된다. 복지포퓰리즘을 경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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