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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음반
출판진흥원, 정일근 시인 시집 ‘소금 성자’ 1월의 읽을만한 책 선정“히말라야 설산 소금은 신이 준 선물”
시인 특유의 깊은 서사성 녹아 있는 시 56편 실려
삶의 태도·느낌 생생한 리듬 통해 이미지로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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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11  17: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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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소금 성자>

한국출판진흥원은 최근 정일근 시인의 12번째 시집 <소금 성자>를 1월의 읽을만한 책으로 선정했다.

이 시집에 실린 56편의 시에는 정일근 시인 특유의 깊은 서사성이 잘 녹아있다.

그는 시가 하나의 ‘역’(驛)에 오래 머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를 읽다 보면 이곳 저곳을 여행하는 기분까지 든다.

특정 장소를 바꾸지 않더라도 그의 시는 시어의 배열을 통해 이미지의 전환을 이뤄낸다.

수박, 앵두, 사과 같은 먹거리에서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바다와 경주 남산에서는 기다림이나 그리움 등을 그려낸다.

   
▲ 정일근 시인

특히 그의 시에는 고래가 자주 등장한다. 특히 시 ‘고래52’에서는 고래를 매개로 인간의 공격성과 사회의 구조적인 폭력성을 이야기하고, 진정한 화해와 평화를 갈망하고 있다.

또 ‘고래는 사람의 칭찬에 춤추지 않는다’라는 시는 고래박물관 속 고래를 서사적으로 표현해내면서 인간의 무지와 오만함을 이야기한다.

창찬한다고 돌고래는 춤추지 않는다/ 박수에 신이 나서 높이뛰기 하지 않는다/ 하루 24시간 장생포 수족관에 죄 없는 죄로 갇혀 살며/ 살기 위해 춤추고 먹기 위해 제 몸 날린다/ 그때마다 제 입으로 들어오는 한 끼니를 위해/ 돌고래는 죽자고 춤춘다/ 돌고래는 죽자사자 높이뛰기 한다. (‘돌고래는 사람의 칭찬에 춤추지 않는다’ 전문)



쉬운 시어로 짧게 쓴 것도 특징이다. 시인은 시 속 풍경만 제시할 뿐 시의 완성은 독자가 한다는 생각때문이다.

정 시인은 “길게 말하는 시일수록 독자들이 외면하는 것을 느꼈다”며 “독자들이 생각할 여백을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는 표제시 ‘소금 성자’에도 드러난다. 이 시는 지난 2000년 시인이 에베레스트에 올랐을 때의 풍경을 옮긴 것이다.



히말라야 설산 높은 곳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받아/ 물속에 숨어 있는 소금을 받아내는 평생 노역이 있다/ 소금이 무한량으로 넘치는 세상/ 소금을 신이 내려주는 생명의 선물로 받아/ 소금을 순금보다 소중하게 모시며/ 자신의 당나귀와 평등하게 나눠 먹는 사람이 있다. (‘소금 성자’ 전문)



시인의 30년 지기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이 시를 해설하면서 “시의 주인공과 그가 받아내는 소금을 각각 시인과 시로 읽어도 무방하다. 정 시인은 시인의 수행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는 한 사람의 시인이 치열하게 삶과 만나는 과정임을 웅변하면서 이렇게 쓴 시가 읽는 사람들 속에 살아 있을 것임을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결하지만 그의 시에는 이미지와 리듬감도 살아있다.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그의 시에는 삶에 대한 시인의 태도와 느낌이 생생한 리듬을 생성하고 살아 있는 이미지를 형성한다”고 말했다.

이는 ‘수세미꽃이 있는 풍경’이라는 시에서 잘 드러난다.



쇠숟가락으로 온기 먼저 담겨 오는 민물새우뭇국 받아들고/ 남루한 가족 모여 따뜻하게 먹는 저녁이 있었다/ 여흘여흘 흘러가던 저녁강 깊어지며 비로소 잠드는데/ 기다릴 사람 돌아올 사람 없지만/ 바람길 따라 에두른 돌담 위로 노란 등불 맑게 켜지는 밤이 있었다. (‘수세미꽃이 있는 풍경’ 전문)



진해에서 태어난 정 시인은 1984년 <실천문학>과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바다가 보이는 교실>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 <그리운 곳으로 돌아보라> <경주 남산>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등의 시집을 냈다. 시와시학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영랑시문학상, 지훈문학상, 이육사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있으며, 현재 본보에 ‘정일근의 감성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산지니 펴냄. 102쪽. 1만원.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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