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정치경제팀

울산상공회의소는 해마다 1월 첫째주에 기업인들을 비롯해 지역의 각계각층 인사들을 초청해 대규모 신년인사회를 연다. 올해도 지난 5일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시민 대표, 기관장, 기업인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인사회를 열었다.

지난해 큰 침체를 겪은 지역경제를 다시 일으키자는 취지로 ‘울산의 미래, 다시 도약하자’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마련한 신년인사회는 1178㎡ 규모의 넓은 대연회장에 빈 곳이 보이지 않을 만큼 꽉 들어차 성황을 이뤘다.

그러나 지역의 대표 경제기관이자 단체인 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신년인사회에서 정작 기업인들과 상공인들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고 찾기 어려웠다. 특히 대기업이 밀집해있는 울산에서 가장 큰 경제행사임에도 지역 대기업 CEO들은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상의 측은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자동차 등의 경우 요즘 여러 회사 내외부 일들로 주변 이목 등 행사에 참석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참석을 하지 않은것 같다. 상의 회원사들을 중심으로 기업체 관계자들은 왔으나 상대적으로 (정치인들에) 밀려 부각이 안 돼 안보였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행사장은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과 구·군단체장, 공무원, 유관기관 및 사회단체대표 등이 주로 채웠다. 특히 오는 4월에 열리는 총선을 앞둔 시점이어서 여야 예비주자들의 모습이 대거 눈에 띄었다. 이들은 행사장을 찾은 내빈과 시민들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인사를 하느라 분주했다. 마치 이는 경제기관 주관의 행사가 아닌 출판기념회와 같은 정치행사장을 온 듯한 느낌이었다.

신년인사회장에서 지역의 기업인들을 만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어려움 등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상공회의소 신년인사회는 기업인과 상공인 등 경제인들이 주축이 돼 이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새해를 맞아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자는 취지로 시작됐으나 언제부터인가 그러한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차형석 정치경제팀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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