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극복·급성장에 있어 변화는 필수
제조업 탈피 위해 노력 중인 울산시
희망·꿈이 있는 행복도시로 나아가길

▲ 정명숙 논설실장

지난 주말 막을 내린 ‘응답하라 1988’이 19.6%라는 케이블 채널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누구나 겪었을 법한 뻔한 이야기에다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인 드라마다. 그런데 세대를 불문하고 온가족을 TV 앞으로 모았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대화의 소재로 올린다. 이유는 뭘까. 단지 추억을 곱씹어볼 수 있었기 때문일까. 음식접시를 들고 이웃집을 오가던 지난날의 따뜻한 기억을 떠올리는 재미가 쏠쏠하긴 했으나 그게 전부는 아닐 게다. 그런 추억을 가지지 않은 청소년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그 때문만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쌍문동의 그 골목을 감싸고 있던 ‘변하지 않는 가치’에 우리 모두가 전염된 것은 아닐까.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 같은 것 말이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졸부’에 ‘반지하’까지 심각한 빈부의 격차, 1등에서 꼴찌까지 늘어선 아이들의 성적, 제각각인 등장인물의 성격과 직업 등 그 골목은 애초에 ‘갈등의 골목’이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은 성장 과정에서 변화를 거듭했고 그 변화의 길목에선 갈등이 증폭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80년대의 그 골목은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진정성으로 그 많은 갈등을 소리 없이 녹여 냈다. 우리도 덩달아 변하지 않는 그 가치를 공유하면서 갈등조차 함께 아파하며 마냥 행복해 했던 것이다.

2016년 새해에 접어들면서 모두들 변화를 요구한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말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것은 한해의 시작점에서 어쩌면 당연하다. 우리 사회에 변화라는 화두를 가장 강렬하게 던진 것은 1993년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다. 그는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자극적인 문장으로 변화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삼성에 변화라는 DNA가 심어지지 않았다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20여년 지난 오늘날 ‘이건희식 개혁’은 화장품업계로 옮겨 붙었다. 제품은 물론이고 유통채널, 심지어 회사이름도 바꾸면서 글로벌 브랜드로 급성장하고 있다. 한 회사는 크림 한가지로 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또 다른 회사는 중국 36개 도시에서 7000여개의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하는 성과도 올렸다. 위기극복이나 급성장에 있어 변화는 불가결이다.

울산도 지난 50여년 울산을 지켜온 중후장대한 제조업 중심의 공업도시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변화를 외치고 있다.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시정연설에서 경제체질의 변화를 통해 퀀텀점프(Quantum jump, 대약진)를 이루는 한해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상공회의소가 마련한 신년인사회에서도 기관장·정치인·경제인들 모두 한결같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경제인들이 주최한 모임에서 경제 활성화를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무조건 ‘잘 살아 보세’라는 1960년대식 변화가 돼서는 안 된다. 단지 소득이 높은 도시가 목표가 될 수는 없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왜 변화해야 하는지, 왜 도약해야 하는지 분명한 이유와 방향, 가치를 전 시민이 공유해야 한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에르메스(HERMES)의 지면광고는 ‘Everything Changes but Noting Changes’이다. 에르메스가 수백 년 세계 최고의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이유이다. 모든 것을 바꾸면서도 절대로 변해서는 안 되는 것을 지키는 것, 그것이 명품이다. 변화는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변화를 외치고 있는 울산, 아주 오랜 옛날부터 변하지 않는 가치인 희망과 꿈이 있는 따뜻하고 행복한 도시, ‘1988년의 응답’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정명숙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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