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수출감소 여파 울산경제 후퇴
중국경제 둔화에 지역경기 악화 우려
주력산업 대체할 산업기반 구축 필요

▲ 김창식 디지털뉴스팀장

3대 주력산업(자동차·정유화학·조선)의 성장 정체로 지역 경제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병신년 초. 울산상공회의소가 신년 인사회에서 내건 슬로건은 ‘울산의 미래, 다시 도약하자!’ 였다. 지역 지도층 인사들은 “주력산업의 부진과 대내외 경기불황의 여파로 침체에 빠진 울산경제를 합심해 다시 회복시키자”며 목청을 높였다. 2015년 슬로건 ‘울산의 미래, 창조경제로 나아가자!’ 보다 비장함이 묻어났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예산과 인력, 조직을 선제적으로 동원해 한국경제의 심장인 울산의 맥박이 뛰고 심장이 고동치게 하겠다”고, 전영도 울산상의 회장 “울산 특유의 에너지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고 각오를 다졌다.

울산의 지도층 인사들이 이처럼 “다시 뛰자”고 외친 것은 중국 등 신흥국 경제의 둔화 등 글로벌 경제변수에 울산산업이 심각한 내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수출 우등생’ 울산의 성적표는 최근 수년 새 참담한 수준으로 몰락했다. 2011년 전국 지자체 처음으로 수출 1000억달러 시대를 열어제쳤지만 지난해 750여억 달러로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주력 대기업의 수출이 줄면서 사업장의 생산활동 위축, 고용감소, 소비 침체 등으로 이어져 부자도시 울산경제는 후퇴를 거듭했다. 노사관계는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파워게임을 되풀이, 현대중공업 노조는 2014년 20년 만의 파업에 이어 지난해에도 파업의 홍역을 치렀고, 현대자동차 노조도 4년 연속 파업의 진통을 겪었다.

다시 도약하자던 울산의 다짐은 세계 성장엔진에서 위기의 진앙지로 부상한 중국경제의 경착륙 현실화로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최근 지난해 중국내총생산(GDP)이 전년에 비해 6.9% 증가하는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1990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7%대 성장률도 무너진 것이다. 제1 수출국인 중국경제의 성장둔화는 수출주도형 한국경제와 울산경제에 직격탄이 될수 있다.

특히 지역경제의 버팀목이 돼온 자동차 산업에 시련이 예상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을 포함한 자동차 산업은 울산시민의 30% 가량이 연관된 최대, 최고의 먹거리산업이다. 상상하기 싫지만, 만약 자동차 산업마저 흔들린다면 울산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여기에 중국과 일본 등 인접국가의 석유수요 증가와 러시아의 ESPO 원유 등 에너지 수급환경 변화에 따른 동북아시아 석유 물류 중심지를 표방하고 있는 오일허브 사업도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계제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경제의 성장 둔화는 곧 석유수요 감소 및 거래위축을 불러와 오일허브의 기능을 약화시킬 수도 있는 일이다.

이렇듯 주력산업이 무너지고 있는 울산이지만 ‘무에서 유를 만드는 DNA’ ‘위기 극복 DNA’와 같은 ‘희망의 DNA’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1973년 제1차 오일쇼크를 주도한 야마니 석유장관은 “석기시대는 돌이 없어져 끝난 것이 아니라 석기를 대체할 기술이 나타났기 때문에 끝났다”고 말했다. 울산이 당면한 위기는 주력산업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력산업을 이어갈 희망의 산업이 없어서 일 것이다. 새해에는 울산이 주력산업을 대체·보안할 새로운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기반 구축과 역량 강화를 기대해 본다.

김창식 디지털뉴스팀장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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