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정 사회문화팀

새해 초부터 울산 남구도시관리공단은 ‘돌고래 폐사 은폐’로 논란을 빚었다. 결국 남구청까지 나서 기자회견을 열고 ‘돌고래 사육환경 종합계획을 수립하겠다’ ‘돌고래 추가 수입을 잠정 연기하겠다’고 밝히면서 사태는 어느 정도 일단락됐다.

그러나 남구의 ‘고래’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것도 앞으로 험한 가시밭 길이 예상된다. 고래생태체험관에 남아있는 돌고래가 또 죽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일단 남구청은 돌고래 추가 수입은 차치하더라도 고래생태체험관은 계속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고래생태체험관이 장생포 고래관광의 핵심요소라고 판단해서다. 2010년 28만명이었던 관람객은 2015년 44만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야생에서 직접 접하기 어려운 돌고래를 눈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고래생태체험관이 꼭 필요한 관광자원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래생태체험관을 계속 운영한다고 하면 남구청 입장에서는 사실 추가 수입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남아있는 3마리 중 1마리라도 죽으면 2마리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어려워진다. 단체생활을 하는 돌고래의 특성상 여러 마리가 함께 있어야 스트레스를 덜 받기도 한다. 현재 고래생태체험관 수족관은 4마리까지 수용할 수 있다.

문제는 ‘돌고래 사육’이 지속가능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다. 남구청의 주장대로 고래생태체험관이 고래관광의 핵심요소라면 이를 지속가능한 관광자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 스스로 되물어봐야 한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관광사업은 다음 세대에도 물려줄 수 없고 관광객 편의 위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고래생태체험관을 운영하는 이유가 그저 ‘관광객이 많이 찾아서’라는 것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관광객의 발길은 언제든지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얼마전 세계 최대 해양 테마파크인 미국 샌디에이고 시월드에서는 트레이드 마크였던 ‘범고래 쇼’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사육사가 범고래의 공격을 받아 숨진 이후,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이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관람객이 줄어들었고 재정에도 압박이 생겼다. 한때 효자상품이었던 범고래 쇼는 ‘고민거리’로 전락했다.

남구청은 이미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고래 관련 인프라를 조성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장생포를 키워나갈 예정이다. ‘고래도시 남구’를 견인했던 돌고래 사육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논의와 지역사회의 의견 수렴이 필요한 때다.

김은정 사회문화팀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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