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매생이의 진화

▲ 윤경희 현대그린푸드 영양사(현대자동차 근무)

우리 회사에서 조리원 등을 대상으로 요리경진대회를 연 적이 있다. 매생이처럼 훌륭한 건강 식자재를 남도음식 정도로 알고 있거나 겨울 한철 매생이 굴국밥 한두 번 먹어보는 것으로 넘겨버리기엔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었다.

‘그리운 맛 집밥을 고객에게’라는 슬로건을 내건 요리경진대회에 회의적인 생각이 앞서기도 했다.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레시피도, 영양학적 계산도 없이 시작했다. 결국 조리원 개개인의 손재간과 머릿속 기억에 의존해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단체급식 특성상 대량으로 조리해야 하는 음식이라 공정이 간단하고 위생에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여러 제한적인 요소들도 제대로 된 음식이 나올까 싶은 걱정을 하게 했다.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 이 경진대회 입상 메뉴는 ‘매생이 계란말이’였다. 우리들의 우려를 단번에 날려버린 이 메뉴는 말 그대로, 계란말이를 할 때 가정마다 나름대로 넣어주는 식자재 대신 매생이를 넣는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

매생이와 계란이 건강한 식생활에 제격인데다 조리법도 손쉬웠다. 쉬 접하기 어려운 음식을 대중화하기 손색이 없었다. 특히 가정에서도 성장기 어린이들의 입맛에 맞는 최고의 영양만점 반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국으로 주로 끓여 먹던 매생이
사내 조리원 요리경진대회서
새로운 먹거리로 활용안 찾아
계란말이 속재료로 활용하면
맛도 영양도 한번에 거머쥐어

새신랑이나 눈에 난 사위를 골려줄 때 매생이 국을 끓여 대접했다는 말도 있다. 매생이를 넣은 국은 팔팔 끓여도 김이 나지 않는다. 김이 안나 뜨겁지 않으려니 생각하고 한 숟가락 덥석 떠 넣었다가 혼쭐이 나는 것을 보고 고소해 했다는 것이다. 매생이는 주로 국으로 끓여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식용유를 이용해 전이나 부침으로 만들어 먹는 경우 부족한 지질을 보충해 주기 때문에 그 궁합이 더욱 좋을 것 같다.

 

매생이는 ‘생생한 이끼를 바로 뜯는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가늘고 부드러운 갈매패목의 녹조류로 파래와도 매우 유사하다. 우리나라 최고의 어류학서 <자산어보>(玆山魚譜)를 쓴 손암(巽庵) 정약전(丁若銓, 1760~1816)은 매생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누에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며 길이가 수 척에 이른다. 일년 중 12월에서 2월까지 약 3개월 동안 전남 강진, 고흥, 완도, 장흥의 깨끗한 청정해역에서만 자라는 남도지방의 특산물이다.”

매생이는 칼슘과 무기질, 철분, 비타민A, C 등의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어린이의 성장 발육에 좋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과 같은 생활습관병 3총사로 불리는 대사증후군 예방에도 탁월하다. 또 우유보다 40배의 철분, 5배정도의 칼슘 성분이 함유돼 있어 여성의 노화방지와 피부미용, 갱년기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에 탁월한 식품이다.

▲ 매생이탕

미끈미끈한 성분에 함유된 알긴산은 독소를 흡착해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줘 체내에 불필요하게 쌓일 수 있는 노폐물과 독소를 제거해 준다. 뿐만 아니라 강알칼리성 식품이어서 산성화 된 체질을 중화시켜 주기 때문에 피부미용과 성인병 예방 효과가 있다. 무기질과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해 간 기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며, 콜레스테롤 함량을 저하시켜 고혈압 개선은 물론 위와 십이지장 질환을 개선해주는 효과도 있다. 이외에도 100g당 13㎉로 저칼로리, 저지방 식품으로도 유명한 건강식품이다. 식품을 단조롭게 섭취할 수 밖에 없는 계절에 제철 식재인 매생이를 가정에서 여러 요리에 응용해서 건강한 식생활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 매생이 채취장면. 전남 강진군 제공

여기서 꿀팁 한 가지. 매생이는 자주 씻을수록 특유의 향이 사라지기 때문에 고운 체에 받쳐 한 번만 헹군 뒤 물을 뺀다. 오늘 저녁은 진한 바닷내음과 함께 영양이든, 맛으로든 겨울 식탁을 풍요롭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매생이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는 것이 어떨까. 윤경희 현대그린푸드 영양사(현대자동차 근무)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