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자율주행기술 상용화 위해
세계 車·IT기업 적과의 동침 불사
노사 갈등 현대차, 시기 놓치지 말길

▲ 김창룡 울산테크노파크 원장

지난 1월 초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의 가전제품박람회(CES)에는 전 세계 자동차 관련업체가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IT와 융합된 각종 미래형 자동차를 선뵈어 첨단 자동차의 경연장이 되었다. CES는 원래 가전제품을 주제로 하는 박람회인데 최근에 와서는 자동차 관련 IT기술과 전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대거 참가해서 또 하나의 모터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 업체만 해도 115개 기업이 참가했는데 자율주행이라는 미래 이동수단의 개발을 위해 자동차 업체들이 다양한 IT기술을 접목해 왔고 그 결과물을 가지고 경쟁을 하게 된 것이다. 10여년 전에 참관했을 당시만 해도 최첨단 LED TV 등을 비롯한 가전제품이 전시장을 도배하다시피 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번 CES에서는 자동차 업체와 IT업체 간의 결합은 물론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자동차 업체 간의 기술제휴 등 합종연횡이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향후 미래 산업 및 기업의 생존전략이 서로 다른 산업이나 기술 간의 융복합에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미 미래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상당한 속도를 내고 있는 첨단 IT기업 구글이나 애플은 물론, 이번에 공동기술을 선보인 LG전자와 폴크스바겐 간의 제휴를 비롯하여 삼성전자, 퀄컴, 엔비디아와 같은 세계적인 가전 및 반도체 관련 업체들이 대거 자동차 전장부품 산업 진출을 천명하기도 했고 반대로 세계 최대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보쉬가 휴대전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서로 경쟁관계인 BMW, 벤츠, 아우디 등이 지난 해 말 구글과 대항하기 위해 노키아의 지도정보 서비스 사업 ‘히어’(Here)를 공동 인수하는 등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고 있다. 이제 자율주행차는 영화에서나 나오는 상상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빠르게 현실로 다가와 있다. 맥킨지는 2030년께면 완전 자율주행차가 신규 출시차량의 15%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 자동차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물론 우리나라 현대기아자동차도 이번 박람회에 자율주행차 관련 신규 브랜드인 ‘드라이브 와이즈’를 출품하고 자율주행 신기술과 미래 비전을 공개했다. 2020년까지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하고 2030년까지 완전 자율주행 시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전 세계 자동차 선도기업과 IT기업들이 합종연횡과 기술제휴를 통해 치열하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 때 우리는 눈앞의 이익에 매달려 머리띠 두르고 임금투쟁에만 시간을 빼앗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저 멀리 앞서 달아나고 있는 구글이나 벤츠와 도요타, 그리고 엄청난 물량과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 중국 등과의 경쟁에서 과연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솔직히 두렵기만 하다. 이러한 우려가 기우에 그치기를 빌어본다.

지금부터라도 노사가 협력하고 정부와 기업이 뜻을 모아 이번 CES에서 극명하게 나타난 IT와 자동차 산업의 융합화 추세에 선제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다행히도 최근 정부가 발표한 지역전략산업에 울산에서는 친환경자동차와 3D프린팅산업이 선정되어 규제프리존 설정을 통한 대폭적인 규제완화와 다양한 지원방안이 강구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세계 5위의 자동차 산업기술과 세계 최고의 IT강국의 이점을 잘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미래 자동차산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국내 최대의 자동차 산업도시 울산의 미래를 생각하고 현재 위기에 빠져 있는 울산경제의 회복을 위해서도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이다.

김창룡 울산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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