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연 분석…유주택-전월세가구, 집값보다 주거여건 고려
소유-거주 분리 성향 강해…소득·교육비지출 비율도 높아

집을 소유하고도 다른 사람 집을 빌려사는 ‘유주택-전월세가구’는 다른 가구에 견줘 교육비 지출이 월등히 높았다.

또 유주택-전월세가구는 직장·학교 때문에 전월세살이를 하고는 있지만 소득이 높고 상대적으로 넓은 집에 사는 ‘여유 있는 계층’으로 나타났다.

7일 국토연구원의 ‘유주택-전월세 거주 가구의 실태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유주택-전월세가구는 2010년 약 144만가구로 정점을 찍고 가구수가 ‘하락-안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토연구원의 분석을 따르면 유주택-전월세가구는 직장·학교에 편하기 다니기 위해 현재 사는 집으로 이사했다.

한국노동패널 17차분 조사에서 분석 가능한 표본 6천285가구 중 유주택-전월세가구는 206가구인데, 이 가운데 29%(59가구)가 취·창업했거나 근무지를 이동해서, 또는 통근의 편의성을 위해 현재 거주하는 주택으로 이사했다.

이는 같은 질문에 자가가구(4천30가구)의 경우 9.2%(373가구), 순수전월세가구(2천49가구)는 27.9%(570가구)만 취업·통근 등의 이유로 꼽은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다.

유주택-전월세가구는 ‘집 평수’(23.9%)나 ‘부모봉양 ’(11.2%), ‘마트·공원 등 주변 편의시설’(9.2%) 등도 지금 거주하는 주택으로 이사한 이유로 꼽았다.

자가가구는 ‘내 집 마련’(49.3%), 순수전월세가구는 ‘집값이나 전세금이 저렴해서’(30.8%)를 주된 이유 꼽았는데, 이와 비교하면 유주택-전월세가구는 다른 가구보다 집값 외 주거여건을 더 고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유주택-전월세가구 가운데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현재 집으로 이사했다고 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자가가구는 2.4%(95가구), 순수전월세가구는 0.5%(11가구)가 집값을 고려했다고 답한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로 2014년 부동산시장패널조사 결과에서 유주택-전월세가구가 원래 보유하고 있던 주택의 가격은 연평균 4.3%가 올라 자가가구의 주택(5.2%), 자가가구의 다른 주택(8.2%)의 상승률보다 낮았다.

이는 곧 유주택-전월세가구가 자가가구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택을 ‘투자’보다는 ‘거주’ 목적으로 구입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국토연은 설명했다.

유주택-전월세가구는 가계 총 근로소득이 연 5천600만원으로 4천400만원인 자가가구나 3천500만원인 순수전월세가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택면적도 유주택-전월세가구가 평균 25.7평으로 자가가구(21.2평)와 순수전월세가구(20.9평)보다 넓었다.

고등학생 이하 자녀 수는 유주택-전월세가구나 자가·순수전월세가구가 큰 차이 없었지만, 교육비 지출은 유주택-전월세가구가 월 41만8천원으로 다른 가구(26만2천원·16만6천원)를 압도했다.

유주택-전월세 가구는 불가피한 이유로 수도권에 전월세를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임차한 집의 임대료나 보증금이 오르면 이를 자신의 보유주택에 전가해 보유주택이 있는 소재지의 전월세 시장을 교란(가격 상승)시킬 수도 있다고 연구원은 덧붙였다.

김민철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거소비에 대한 뚜렷한 선호체계를 가지고 있는 유주택-전월세가구는 주거소비를 선도하는 계층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정부는 직장·학교 때문에 전월세살이는 하지만 소득이 높고, 집을 택할 때 집값이 아닌 주거여건을 더 고려하는 유주택-전월세가구를 분석해 소유와 거주가 분리된 시대에 맞는 중장기 주택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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