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일부 언론 등 호들갑에도 불구
北 도발에 대한 시민들 반응 냉담해
경제살리기 원하는 민심 귀기울이길

▲ 박철종 사회문화팀 부장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북한은 지난 7일 발사한 ‘광명성 4호’의 탑재체가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1월6일의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 발사까지 강행, 한반도 긴장 수위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엔 안보리에서는 새로운 대북 결의안 채택을 협의 중이다. 정부도 강력한 대북제재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그렇지만 정부 입장이 미묘해졌다. 최근 북한을 뺀 5자회담 카드를 빼들었다가 미국과 중국의 거부로 국제적 망신을 당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어떤 대응을 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역시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ce)의 한반도 배치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사드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최적의 무기체계인지 확신할 수 없는 단계다. 사드를 배치한다 하더라도 전적으로 다 막아준다는 보장이 있는지 논란도 적지 않다. 사드는 발사 후 대기권을 뚫고 지나가는 미사일이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순간인 ‘Terminal’ 단계에서 요격시키는 시스템이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타격 목표는 주일미군 기지나 괌 또는 하와이를 비롯한 미국 본토에 맞춰져 있다. 따라서 사드 배치로 반사이득을 얻는 쪽은 결국 미국과 일본이라는 시각이 많다. 우리나라에 배치한다는 명분으로 비용을 요구하지나 않을지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한반도를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등 열강들의 군사적 각축장으로 만드는 잘못된 선택은 아닐지 숙고할 필요성도 있다.

또 이번 사태와 관련, 아니 그 이전에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간헐적으로 제기됐다. 우리 정부가 핵주권을 주장할 수 있다면 미국과 중국이 어떻게 나올까. 그런 배짱과 능력을 갖고 있다면 우리의 국방체계가 미국의 의지대로 내몰릴까. 필자는 적만큼의 대칭전력은 보유해야 한다고 믿는다. 전쟁 위험이 상존하는 한 우리도 현실적으로 전력대칭을 이뤄야 할 것이다. 미국에만 의존하다가는 자주국방은 요원하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해온 군사적 조치에 ‘예스’만 한다면 이 현실은 암울하다.

설 연휴기간 시민들은 이번 사태에 아주 냉담하고 차분했다. 역·터미널 등은 귀성객들로 북적거렸고 귀성객들이 빠져나간 도심은 한산했다. 극장가와 스키장 등지에는 연휴를 즐기려는 인파로 넘쳐났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대대적으로 떠들어대도 별 일 아니라는 듯 태연했고 동요도 없었다. 물건을 사재기한다거나 극심한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였던 예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일부 언론과 정부, 군 당국만 긴급 대담이니 브리핑을 하느라 부산한듯 하다. 국민들이 온통 집단적인 안보불감증에 빠져 있기 때문일까. 차분하게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가 어려운데 그런 부분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북한의 철부지 같은 행위가 극단적인 결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 낙관론이 작용했을법도 하다. 아니라면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취해왔던 언론과 정부의 속성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보다 경제살리기에 치중해야 할 때다. 박철종 사회문화팀 부장 bigbell@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