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현주 사회문화팀

소극장에서는 배우들의 땀냄새와 숨소리를 바로 앞에서 느낄 수 있다. 배우와 눈을 마주치거나 대화를 주고 받을 수도 있다. 배우와 관객이 같은 감정선을 걸으며 극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은 대극장에서는 결코 얻지 못하는 묘미다.

어쩌면 사라질 수도 있었던 중구 성남동에 있던 중앙소공연장이 소극장 ‘예울’이라는 이름을 안고 남구 달동으로 옮겨 왔다. ‘예울’은 ‘예술과 울산’의 준말이라고 한다.

87석 규모의 소극장 ‘예울’은 스크린골프장 공간을 리모델링해 만들어졌다. 리모델링에만 1억5000여만원의 비용과 3개월의 시간이 투자됐다. 관이 운영하는 소극장이 지역에 하나쯤은 필요하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었을 것이다.

15일 개관식은 열었지만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진 것은 아니다. 분장실과 대기실 등 아직 손볼 곳이 많다. 또 조명과 음향 등을 컨트롤하는 조정실과 공연장 사이에 유리벽이 있는데, 이 유리벽이 음향을 조정하는 사람과 무대 위 배우간의 소통을 막고 있다. 유리벽 전체를 철거하고 창문을 설치할지, 유리벽 일부를 잘라내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할 것인지 결정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공연장에서는 어떤 공연이, 언제 열리는지 궁금해하는 시민이 많다. 홈페이지를 개설하기 힘들다면 페이스북, 카페, 블로그 등을 활용해서 수시로 공연 정보를 알려주는 일도 필요해 보인다.

중구 성남동 옛 시민극장에 있던 중앙소공연장의 경우 지난 6년간 시설노후와 관리 미흡 등으로 여러차례 지적을 받아왔다. 예울은 중앙소공연장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다행히도 문화센터, 동아리, 학원 등이 주최하는 발표회성 행사 대관은 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 각종 생활문화 행사들이 무대를 장악하기보다는 지역 극단이나 예술인들의 무대가 수시로 마련돼 지역에도 새로운 소극장 문화가 생겨나길 바란다. 대형기획사가 기획한 상업적인 뮤지컬과 연극, 콘서트 등이 주름잡는 대공연장이 아닌 지역 예술인들이 만드는 소소한 공연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소극장 문화야 말로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예울에서 울산지역 예술인들의 숨소리와 땀냄새를 느끼고 싶다.

석현주 사회문화팀 hyunju021@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