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사회문화팀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14일 서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에서 복면을 쓰고 불법행위를 저질렀지만 결국 붙잡혔다. 울산도 아닌 서울에서, 얼굴을 가리면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시위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경찰은 폭력행위를 담은 채증자료를 바탕으로 시위자들의 걸음걸이까지 분석, 시위 발생 석달만에 불법 행위자들을 검거했다.

물론 검거하기까지에는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다. 울산을 포함한 전국 경찰이 복면을 쓴 시위자들이 어떤 단체 소속인지,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는 영상을 수십 수백차례 봤다. 이들이 거쳐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곳곳에 설치된 CCTV까지 확인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니었지만 보고 또 본 노력의 결실로 일부를 용의자로 특정할 수 있었다.

울산경찰의 활약이 특히 두드러졌다. 민주노총이 주관하는 각종 집회에서 선봉대 역할을 한 사례가 많았던 플랜트노조, 특히 울산 조합원들이 과격 시위를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 울산지방경찰청은 김병구 2부장(본부장)과 지역 경찰서 형사 등 80여명으로 수사본부를 꾸린 뒤 수사에 착수했다. 일일이 휴게소 영상과 채증자료를 비교 분석해 동일인물 여부를 확인했고, 걸음걸이 분석 등 과학기법을 동원해 석달만에 성과를 냈다.

불법시위의 원인이 된 정부의 노동개혁 양대지침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반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쉬운 해고법’이 아니냐는 불안감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근로자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는 노동개혁에 대해 노동자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해도 불법행위가 있어서는 안된다. 용납되어서도 안된다. 오히려 불법행위로 노동개혁을 둔 본질이 흐려져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거부한 상황에서 정부의 노동개혁을 저지할 마지막 수단으로 시위가 불가피하다는 식의 변명도 곤란하다. 근로자라면 누구나 쉬운 해고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임을 고려해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정당한 방법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또 불법행위는 반드시 검거된다는 점도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이왕수 사회문화팀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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