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공공실버주택 님비현상 부딪혀
전쟁 폐허 속 빛나는 대한민국 일군
시대의 주역들에 당당한 노년 선물을

▲ 박성민 울산시 중구청장

가수 이애란의 노래 ‘백세 인생’이 인기다. 늘어난 기대수명만큼이나 당당한 노년의 삶을 노래한 트로트풍의 맛깔스러운 가사는 ‘~전해라’는 유행어와 25년 무명가수의 설움을 단박에 날리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평균 기대수명이 81세로 선진국 못지않은 장수국가에 속하는 우리 나라의 노인인구는 66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3%를 차지, 노인인구 비율이 7%이상인 사회를 고령화 사회로 규정한 유엔(UN)의 기준을 넘어선지 오래고, 그 진행속도 또한 가파르기 그지 없다.

급속한 고령화는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재앙이 되고 있는데 65세 이상 노년층 빈곤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또 70세 이상 노인 10만명 당 116.2명이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최대 20배 높은 수치다. 국가 경제발전에 매진,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노인세대가 아이러니하게도 경제적 빈곤층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중구는 울산에서 처음으로 공공실버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적 빈곤층으로 전락한 노인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노인 복지정책의 새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중구 공공실버주택사업은 우정혁신도시내 약사동 일대에 국비 100억원 등 114억원을 들여 최대 150가구 규모의 임대주택을 건립해 2018년부터 입주시킬 계획이다. 홀몸어르신과 국가유공자 등 저소득층 노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물리치료실과 응급비상벨, 돌봄시설, 텃밭 등이 조성되며, 사회복지사와 간호사가 상주하며 일상생활을 돕는 등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초고령사회인 일본과 독일은 지난 1990년대부터 공공과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실버주택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은 전국 6200여곳에 노인주거시설인 노인홈을 운영, 최대 44만명의 노인을 수용하고 있다. 저렴한 이용료 때문에 보통 2~3년은 기다려야 할 정도로 큰 인기다.

독일도 노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시설을 구분해 이용할 수 있도록 실버주택을 유료로 운영하고 있으며, 노인들은 자신의 연금과 보험금으로 비용을 충당하고 부족할 경우 국가에서 비용을 보조하고 있다. 굳이 외국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세종시 중심지에 위치한 밀마루 복지마을은 인근 주민과의 융화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며 성공적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반면 중구 공공실버주택을 두고 벌써부터 ‘우리지역에는 안된다’는 식의 님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프리카 속담에 ‘노인 한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한 평생을 살아오면서 가진 경륜이란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말하는 것으로 노인이 가진 경험과 지혜를 높이 평가하는 속담이다.

우리나라는 2차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뤘다. 남들은 기적이라고 말했지만 우리는 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오직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독일의 광부와 간호사로, 총알이 빗발치는 월남 정글로, 열사의 땅 중동을 누비며 생사의 고비때마다 훔쳤을 눈물을 안다. 한 세대만에 빛나는 대한민국을 만든 그들의 피와 땀에 응당 보답해야 한다. ‘10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날 좋은시에 간다고 전해라’는 백세인생 가사처럼 당당한 노년을 선물해야 한다.

박성민 울산시 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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