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가지 위기론 범람하는 우리 사회
울산도 경제 핵심업종 불황 직격탄
부자도시 명성 지키기 위한 각오 필요

▲ 황정욱 연합뉴스 정치담당 에디터

요즘 간혹 ‘우리 사회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명확하게 잡히는 것은 없지만 분위기가 어딘지 모르게 무겁고 우중충하다. 역대 최악의 국회로 낙인찍힌 정치 때문일까. 잊을 만하면 핵실험하고 미사일을 쏴대는 북한 때문일까. 아래로 뚝뚝 떨어지는 경제지표 때문일까. 아니면 장사가 안 된다는 자영업자들의 비명 때문일까.

주변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공연히 움츠러드는 위축성 공기가 퍼져 나가는 듯하다. 그동안 상승일로였던 국운이 그 끝을 다하나 하는 불길한 느낌마저 든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위기 구간’으로 진입하는 초입 단계에 이미 들어선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전쟁 위기론, IMF 위기론 등 갖가지 위기론이 범람하고 있다. 사회 갈등은 갈수록 그 골이 깊어가는데다 세대 갈등을 비롯한 신종 갈등까지 가세할 태세다.

혹자는 ‘IMF사태가 한번 더 와야 한다’는 극약 처방을 내놓고 있다. 극단적인 위기가 와야 해묵은 우리 사회의 너저분한 때를 단번에 씻어내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4만달러, 5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선 지금의 국민 인식, 사회 구조로는 불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실제 IMF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은 있을까? 딱히 그럴 것 같진 않지만 개연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IMF 주기설’도 있다. ‘IMF 통치’를 한번 받은 나라가 다시 그 통치에 들어가는 사례가 많고, 재발까지의 간격이 대략 10여년 정도 된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아직은 비교적 튼튼한 편이긴 하지만, 글로벌 경제·금융 위기 앞에는 장사가 없다.

일반적인 관측은 IMF사태 정도의 ‘태풍급’은 아니겠지만 앞으로 상당한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은 농후하다는 쪽이다.

더 곤혹스러운 것은 인구 절벽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20년의 근본적 원인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의 변화였다. 우리도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서고 있고, 조만간 그 후유증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1997년 IMF사태는 U자형 패턴을 보였다. 골이 깊었긴 하지만 단기간 내 털고 일어 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인구 구조 등을 감안하면 그 때와는 달리 지루한 장기 침체가 만성화할 소지가 있다.

지난 IMF사태 당시엔 공포를 이겨낸 용감무쌍한 사람들이 과감한 ‘배팅’(투자)을 통해 큰 성공을 거뒀던 신화가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위기 상황이 온다해도 그런 신화를 재현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경기 침체+침체의 장기화’를 뜻하는 이른바 L자형 패턴이 작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울산은 부자 도시다. 2014년 기준 국세청 연말정산 자료에 따르면 인구 대비 억대 연봉자가 가장 많은 곳이다. 울산에 적을 둔 근로자 38만7142명 중 8.5%인 3만2728명이 억대 연봉자다. 국내 근로자 전체를 기준으로 할 때 3.2%인 것에 비하면 전국 평균의 3배 가까이 되는 수치다. 이는 가진 것이 많은 만큼 지킬 것도 많다는 뜻도 되나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무엇보다 울산 경제의 핵심 축인 조선과 중화학 업종이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더욱이 이번 파고는 지나가는 바람처럼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상당 부분 글로벌 경제와 얼기설기 엮인 구조적 측면에서 기인하는 점을 감안하면 명쾌한 해법을 내놓기도 쉽지 않다. 부자 도시 울산의 명성을 지켜나가기 위해선 비상한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황정욱 연합뉴스 정치담당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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