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력평가지수 세계 3위인 인도
대기업 위주 진출로는 한계 뚜렷
中企도 동참해 인도의 강점 활용해야

▲ 김창룡 울산테크노파크 원장

20여년 전 일이다. 인도대사관에서 근무하게 됐다. 당시로부터 10년 전에 법정스님이 쓴 <인도기행>이라는 책을 특히 인상 깊게 읽고 인도로 갔다. 그런데 법정스님이 인도를 여행하면서 10년 전에 기록했던 모습과 필자가 부임했던 당시 상황이 어쩜 그렇게도 하나도 변하지 않고 똑같을까 하고 크게 놀랐다. 인도는 매년 7~8%의 경제성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도 전혀 변화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큰 나라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렇게 빠르게 성장해도 전혀 변화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낙후된 나라이기도 하다.

신비와 첨단,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가 뒤엉켜 맨정신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두 얼굴의 모순 덩어리 나라가 인도다. 12억 인구 중 4억 이상이 소똥을 말려 연료로 쓰면서 거지처럼 생활을 하고 있다. 법정스님조차도 지구상에 지옥이 있다면 그 곳이 바로 인도일 것이라고 고뇌했던 미개의 땅이다. 카스트제도로 신분차별을 하면서도 석가모니, 간디, 테레사수녀 등 위대한 성인을 탄생시키고 불교, 힌두교, 시크교 등 수 많은 종교의 탄생지이자 4억 개의 신들이 공존하는 심오한 정신세계를 가진 나라. 그런 신비의 나라 인도가 지금 뜨고 있다.

제2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데칸고원 기슭에 첨단 IT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인도의 IT 삼각지대인 뱅갈로르, 하이데라바드, 첸나이에는 IBM, MS, HP, 오라클, 삼성, LG 등 세계 최고의 IT기업을 비롯하여 수천 개의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기술연구소나 콜센터를 두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창업자와 NASA기술자의 30%, 구글이나 어도비 및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IT기업 CEO의 상당수가 인도계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5천년 전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의 하나였던 인도가 미국 다음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영어를 강점으로 소프트웨어, IT, BT 등 강력한 무기를 장착하여 찬란했던 인더스 문명의 부활을 꿈꾸며 서서히 신비의 장막을 걷어내고 있다.

최근 미국이 버거운 상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인도를 통 크게 밀고 있다. 덩달아 그동안 관망세를 보이고 있던 일본은 물론 서로 껄끄러운 상대였던 중국조차도 인도와 손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빈민 출신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총리가 ‘빈곤 탈출’과 ‘Make In India’를 기치로 내세우고 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해 글로벌 무대로 힘차게 뛰고 있다. 이로 인해 그 떠오르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인도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물론 LG, 삼성전자 등이 TV, 냉장고, 에어컨 등 인도 가전시장을 현재 석권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대자동차가 중소형차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많은 건설회사들이 발전소, 도로, 플랜트 건설 등 인프라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로 대기업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러한 인도시장 진출은 다른 경쟁국에 비해 시장을 키우는데 분명 한계가 있다. 보다 많은 우리의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동반 진출을 하거나 상대적으로 값싼 인도의 우수한 소프트웨어 인력을 활용해서 IT융합을 꾀하는 등 인도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그마나 어렵게 구축해 놓은 기존 시장마저 빼앗길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12억 인구, 엄청난 땅과 자원,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 인프라, 영어를 구사하는 저렴한 소프트웨어 기술자, 아유르베다 전통에 기반한 바이오 산업 등 구매력평가지수(PPP) 세계 3위의 인도는 우리에겐 너무나 크고도 매력적인 시장이다. 이제 중국 다음은 인도다.

김창룡 울산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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