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형욱 사회문화팀 차장

“심­박의 전쟁, 박­엄의 전쟁이 다시 재연되는건 아니겠죠? 공들여 추진해온 영남알프스 산악관광자원화 사업이 또다시 삐거덕대는게 아닌지 걱정입니다.”

오는 9월30일부터 영남알프스 일대에서 열리는 세계산악영화제 명칭을 두고 빚어지고 있는 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명칭 논란은 울산시가 최근 김기현 시장의 UNWTO 세계산악관광회의 참가를 홍보하는 보도자료에서 ‘제1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 대신 ‘세계산악영화제’란 명칭을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시는 올해 이 행사에 전체 행사비의 절반인 10억원을 지원하면서 내심 ‘울산’이란 명칭이 들어가길 바라고 있다. ‘울주’보다는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울산’이라는 도시 지명을 사용하는 게 적절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사업비가 확보된 예산 과목도 ‘제1회 영남알프스 세계산악영화제’로, 울주군과의 사전 협의도 있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울주세계산악영화제(UMFF) 사무국 설치와 지원 조례 제정 등 수년간에 걸쳐 산악영화제를 준비해온 울주군은 입장이 다르다. 그동안의 공은 뒤로 하고라도 명칭 변경에 따른 혼란으로 산악영화제가 출발도 하기 전 삐거덕거릴 수 있다는 우려다. 이미 세계 각국에 UMFF 사무국 명의로 4월까지 산악영화 공모작을 접수받고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그 결과 지난달 말까지 산악영화 40편이 사무국에 접수된 상황으로, 갑작스럽게 명칭이 변경되면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울산’과 ‘울주’의 선호도가 갈리는 것같다. 문제는 이같은 시와 군의 힘겨루기(?)가 십수년만에 찾아온 영남알프스 관광자원화 사업의 동력을 또 끊어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다. 꼭 10년전 ‘영남알프스 개발사업이냐, 울주7봉 산악관광자원화사업이냐’를 놓고 빚어진 시·군간 명칭 갈등이 겹쳐지기 때문이다. 당시엔 시·군간 인사교류를 두고 박맹우 전 시장과 엄창섭 전 군수가 첨예하게 맞섰던 상황이어서 현재와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영남알프스 개발을 두고 울산을 앞세우느냐, 울주를 앞세우느냐는 이견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에 앞서 1990년도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도 시·군간 갈등으로 영남알프스 개발의 동력이 끊어진 사례도 있었다. 통일그룹의 개발 구상을 두고 심완구 전 시장과 박진구 전 군수가 대립각을 세우고 환경단체까지 가세하면서 영남알프스 개발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것이다.

물론 현재 상황은 이전과는 분명히 다르다. 시와 군이 케이블카 등 영남알프스 산악관광자원화에 공동 보조를 맞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악영화제란 명칭 논란도 아직은 수면 아래 잠복해 있는 상태다. 하지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있다. 시민들은 이번 명칭논란이 과거의 악몽을 되살리지 않도록 슬기로운 해법을 빠른시일 내 찾기를 희망하고 있다.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시장과 군수가 만나 빠른 해법을 찾는게 우선이다. 시민과 전세계 산악영화인들의 축하와 부러움 속에 영남알프스에서 열리는 첫 산악영화제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또 지속 발전하기를 시민 모두는 바라고 있다. 신형욱 사회문화팀 차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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