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사무실을 들어서는 순간, 무슨 싸움이라도 난 게 아닌가 싶어 깜짝 놀랐다. 상근자들과 회원들 몇이 엄청나게 흥분하며 이야기를 하고있는데 "티 미스코리아 대회를 열자" "시청에 피켓 들고 항의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 (사실은 이것을 넘어선) 과격한 발언들이 마구 쏟아지는 속에서 정리해보니, 며칠 후 열리는 미스코리아 울산대회가 문제였다.  그날 낮에 "4월 28일에 열리는 미스코리아 울산대회에 울산시가 700여 만원의 예산지원을 한다는 것에 대해 알고 있느냐, 올해 뿐 아니라 최근 몇 년간 그래왔다고한다. 여기에 대해서 여성단체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몰라서 가만 있는 거냐, 알면서도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냐?"는 제보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실확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이라고 밝혀지면 그때는 정말 제대로 대응하자고 하고 그 자리는 대충 마무리는 지어졌는데 그 이후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다. 여성계와 양식있는 사람들은 미스코리아 대회자체에 대해 엄청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여성에 대한 왜곡(얼굴, 몸매 등을 아름다운 여성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과 상품화 (그 이쁜 여자들을 앞세워 결국 하는 일이 무언가?)의전형적 사례가 바로 미스코리아 대회이다.  여성들을 꽃과 같이 아름다운 외모로 남을 즐겁게 해주는 존재로 여기는 것이야말로 봉건적이다 못해 야만적인 사고방식이고 문화이니 말할 가치도 없다 하겠다. 이제는 "애키우고, 살림살면서 세상이야 어떻게 되건 가정을 돌보고 지키는것이 여자들의 본분" 이 아니라 여성들도 보다 당당하고 씩씩하게 사회와 역사의 주역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 공론으로 되고 있다. 미래 사회는 "여성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우리 사회가 참으로 비젼있는 사회로 가기 위해서 이제까지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왔고 주변으로, 대상으로 취급되었던 여성들의 잠재력을 키워내고 역할을 높여내야 한다는 것이 시대적 추세이다.  누군가 말하듯이 "여성부까지" 생긴 시대가 아닌가? 앞으로 여성들이 해야 할 역할에 비해 이제까지 여성들에게 가해졌던 차별과 소외를 극복하고 여성들을 이 사회의 중심에 당당히 세우기 위한 정책과 제도의 마련을 더 이상은 미루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여론, 이땅 여성들의 염원이다. 그렇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런시대적 추세, 대중(여성)들의 염원에 맞게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여성정책을 만들고 또 여성들이 이런 일에서부터 주체로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홍보, 권장하고 지원하는데 열과 성을 다하는 것이 절실하다. (그래서 시나 구등 지자체에 올바른 여성정책을 펼칠 수 있는 부서를 하루빨리 신설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이런 시대에 버젓이 "미인대회"가 성행하고 "미스 코리아"의 경우 한국을 대표하는 미의 사절이라는 찬사까지 붙여주며 공인(?)해주는 현실만 해도 개탄스러운일인데 그것을 지방자치단체가 엄청난 예산까지 지원해 주고 있다고 하니 이것이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예산의 문제로만 따져도 여성단체들이 여성들을 위한 어떤 사업을 하고자 지원을 요청하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울산 전체 여성들을 위해 쓸수 있는 여성발전기금이 1년에 천만원이고 이 돈을 몇개 단체에 생색내기로 (200~300정도)지원해주고 있어 지원을 받는 단체는 단체대로 힘들고 그마저도 못받는 단체들은 더한 어려움에 처해 있으면서도 시에 재정이 없다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그런데 미스코리아 대회에 도대체 뭐길래 여성단체들 전체에 대한 지원금과 맞먹는 예산을 지원해 준단 말인가? 더구나 시민의 세금으로 짜여지는 예산의 책정근거, 형평성에 대해서도 정말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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