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영진 사회문화팀 차장

지난 11일 중구청에서 문화의거리육성위원회가 열렸다. 울산 중구 문화의거리 조성 및 지원조례에 따라 지난 3년간 울산시와 중구로부터 임대료 등의 보조금을 지원받았던 문화의거리 내 문화예술업소에 대해 재지원 여부를 심의하는 자리였다.

회의에서 재지원 대상인 15개 업소 중 2개 업소가 아예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원을 포기한 곳은 모아미와 투더블유로, 2곳 모두 문화의거리에서 작품판매와 전시를 담당하는 미술관련 공간이었다.

모아미는 3년 임대기간이 끝나는 4월 말께 문을 닫는다. 모아미 관계자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이던 임대료가 4월 이후에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 100만원으로 인상된다”며 “지원금을 받아도 솔직히 버티기 힘들것 같다”고 토로했다. 모아미는 중앙동 문화의 거리를 떠나 반구동에서 갤러리를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가뜩이나 수익창출이 어려운 갤러리 사업이 임대료 인상과 맞물리면서 이같은 결정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공간인 투더블유 대표는 30여년 이상을 문화의 거리에서 지냈지만 고심 끝에 접기로 했다. 문화의 거리 문화예술 종사자로서의 자부심이 제대로 발현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더이상 업종을 유지해야 할 명분을 찾기가 힘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현상이라지만 울산 원도심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시작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낙후됐던 도심이 문화재생 등의 요인으로 번성하게 되면서 사람들이 몰리게 되자, 임대료가 오르고, 급기야 기존 주민들이 또 다시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울산시립미술관 문제도 한몫하고 있다. 2017년 개관 예정이던 울산시립미술관 부지(옛 울산초등학교와 북정공원)가 최근 울산혁신도시 등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미술관 개관으로 생겨날 각종 메리트가 한순간에 사라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시립미술관 주변의 문화예술업소들은 솔직히 미술관과 연계된 부대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기를 고대해 왔다. 건물 속의 갇힌 미술관이 아니라 주변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원도심 미술관지구의 일원으로서 제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날을 기다려 온 것이다. 하지만 그 같은 밑그림이 송두리째 흔들리면서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처지에 놓였다.

문제는 이같은 불안감이 문화의 거리 내 또다른 문화예술 종사자들에게 조금씩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문화의거리에 창작실을 둔 한 작가는 “‘시립미술관 옆 작은 갤러리’ ‘미술관 옆 창작공간’이라는 메리트 때문에 지난 3년을 버텨온 사람들”이라며 “시립미술관 개관만 기다려 온 입장에서 확실한 미래보장 없이 또다시 3년을 버텨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중구청의 이번 재지원 공모에 신청해 또 다시 3년을 기약하는 문화예술 종사자가 적지 않다”며 “문화예술이 추방된 자리는 특색없는 상업지구일 뿐 장기적 관점에서 큰 손실임을 검토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 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홍영진 사회문화팀 차장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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