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술에 대한 전문지식 확보
분석 및 파일럿 인프라도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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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훈 부산대학교 화공생명공학부 교수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화학연구원의 바이오화학실용화센터가 울산에 정식으로 개소하게 되었다.

바이오화학실용화센터는 명칭 그대로 바이오 화학 제품이 실용화되도록 돕는 기관으로, 원천 기술이 상업화 기술로 완성되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실용화 센터는 대학이나 연구소의 실험실에서 개발되고 소규모로 가능성이 입증된 기술을 파일럿(pilot) 규모에서 확인하고, 경제성과 상업화 생산에 따르는 문제점을 미리 파악해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에 개소하는 바이오화학실용화센터도 파일럿 및 스케일업(scale-up) 연구를 통해 바이오화학제품의 조기 상업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바이오화학실용화센터가 스케일업에 필요한 파일럿 설비와 인력 등을 갖추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이에 대한 조언은 논외로 하고 일반(범용, 정밀) 화학 분야와 구별되는 바이오화학 분야의 기술적 특성을 고려하여 다음 3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대표적인 한 두 가지 바이오 화학 제품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전 개발과정을 완주한 경험을 갖도록 조언한다. 바이오 화학 제품이 새로운 제품이므로 연구소나 기업을 막론하고 국내외적으로 이러한 경험을 가진 기관이 많지 않다. 이러한 경험 없이는 실용화에 필요한 기술적 난제나 수요자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둘째, 플랫폼(platform) 기술에 대한 전문지식을 확보할 것을 조언한다. 균주 개발, 발효, 분리정제, 화학 전환 등은 모든 바이오화학 제품에 공통적으로 필요한 기술이며 동시에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이다. 개별 제품의 개발에 초점을 맞추어 기업과 직접 경쟁하기 보다는 플랫폼 기술의 개발에 주력하는 것이 센터의 위상 및 역할에 합당한 연구 방향이 될 것이다.

셋째, 같은 맥락에서 개별 기업이 갖기 어려운 분석 및 파일럿 인프라를 갖추는 것을 조언하고자 한다. 특히 유전체학(genomics), 전사체학(transcriptomics), 대사체학(metabolomics) 등 체학(omics) 분석 인프라는 비용, 인력, 효율성 측면에서 개별 기업이나 학교가 구축하기 어려우므로 실용화 센터가 역점을 두고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이오화학실용화센터가 당면하게 될 여러 어려움이 있다. 기술적으로 바이오 화학 제품의 경우 범용화학 혹은 정밀화학 제품과 달리 원천기술과 상업화 기술 사이의 거리가 멀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즉 스케일업의 중요성이 기존 화학산업보다는 떨어지며, 따라서 실용화의 성패가 스케일업보다는 원천기술 특히 균주 개발 기술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대학이나 산업체 연구소와 동일한 연구 목표를 놓고 경쟁하려는 유혹을 끊임없이 받게 될 것이다. 이는 국가적으로나 연구소 자체적으로나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아무쪼록 이번에 정식으로 개소하는 바이오화학실용화센터가 건강하고 생산적인 바이오화학 연구 생태계 구축에 있어 리더로서의 역할을 잘 감당해 바이오화학 분야에서 많은 성공 사례를 이끌어 내는 주역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성훈 부산대학교 화공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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