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일상화로 독서는 등한시해
어휘 부족하고 비판적 사고도 어려워
늦기 전에 핸드폰 대신 책 건네줘야

▲ 유성호 풍생고 교장

책이 멀어지고 있다. 2015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 발표한 ‘2015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가 갈수록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많은 국민들은 독서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일·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성인 34.6%, 학생 31.8%)와 ‘책 읽기가 싫고 습관이 들지 않아서’(성인 23.2%, 학생 24.1%) 독서가 힘들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성인은 ‘책 읽을 마음의 여유 부족’(12.9%)과 ‘다른 여가활동’(12.2%) 때문에, 학생은 ‘컴퓨터·인터넷·휴대전화·게임’(14.4%) 때문에 책을 읽지 않는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요즘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책 읽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희귀한 일이 됐다. 종이 신문을 보는 사람도 없다. 예전에 지하철 객실마다 넘쳐나던 무가지(無價紙)마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대신 대부분의 승객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문자를 주고받거나, 게임이나 인터넷을 하거나 동영상을 시청한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자리 잡은 익숙한 풍경이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의 일상화와 독서 경시 풍조의 영향으로 학생들의 어휘력 빈곤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기본적이고 간단한 단어의 의미를 모르는 학생들로 인해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개념 설명을 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이런 학생들은 수업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고 무엇보다도 읽기 능력이 뒷받침 되지 못해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독서 습관과 읽기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의 학업성적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는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하다. 쉬운 단어의 뜻조차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문맥을 제대로 이해하고 단계적인 추론과 종합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겠는가?

학생들의 문장력도 예외는 아니다. 책 읽기보다는 친구들과 신변잡기적인 문자 주고받기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시켜보면 문장의 호흡이 짧고 비문법적인 글을 쓰는 학생들이 상당수다. 또한 자기소개서는 물론이고 심지어 반성문 한 장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학생도 여럿이다. 독서양의 부족으로 사고력과 어휘력, 표현력이 모두 부족하다보니 논술문 작성이나 주제별 토론 수업은 따라가기 힘들기만 하다.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성현들이 후학들에게 독서를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독서는 창의성을 키우고 올바른 인성과 가치관을 길러주며, 경험과 사고의 폭을 넓혀줘 세상을 올바르고 넉넉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와 힘을 선물한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올바른 독서 습관이 몸에 배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진정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습관처럼 수학, 영어 학원으로 내몰기보다 다양한 독서 경험을 갖게 해야 한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더 이상 핑계대지 말고 도서관이나 서점도 자주 찾고, 집에서도 짬을 내어 TV나 컴퓨터를 끄고 자녀와 함께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자극적인 컴퓨터 게임이나 인터넷을 하느라 밤을 새운 말초적 경험보다 종이책 읽기의 즐거움과 밤샘 독서의 행복한 경험을 선물해 주자. 호기심 어린 손길로 책장을 넘기면서 생각주머니를 하나씩 하나씩 채우고 성장해 가는 아이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우리 아이들 손에 핸드폰 대신 책을 건네주자. 책읽기가 정답이다.

유성호 풍생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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