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환 사회문화팀

인류최고의 문화유산으로 꼽히는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는 사연댐 수위가 52.9m만 넘으면 물 속에 잠긴다. 수십년간 반복되는 침수와 노출로 많이 훼손됐다. 보존대책이 시급했지만 정부와 울산시는 ‘물 문제 해결’이라는 엇갈린 이해관계를 놓고 십수년간 논쟁만 거듭하면서 암각화의 상태는 점점 나빠졌고, 2013년에서야 가변형임시물막이라는 묘수(?)가 나왔다. 암각화 발견 40여년, 보존 방안에 대한 논의 10년 만이다.

반구대 암각화 전면에 수위조절이 가능한 이동식 물막이를 설치해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현상을 막자는 이 방안의 운명은 오는 4월 결정된다. 지난해 12월 실시된 1차 실내모형 실험에서 나타난 개스킷(투명판과 투명판을 잇는 이음새) 결함으로 발생되는 누수현상을 잡아내는 것이 관건으로, 2차 실내모형 실험마저 실패하면 가변형임시물막이 방안은 전면 철회된다.

그러나 가변형임시물막이 기술검증평가단 수리분야 위원 4명 모두도 “물리적으로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또 성공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검증절차가 많다. 물론 2차 실내 모형실험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실패나 성공을 논쟁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물막이라는 묘수가 들어맞아 성공한다 한들 이 또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많이 버텨봤자 10년이라는 전문가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울산시가 줄곧 주장해 온 최고의 방안은 생태제방안이다. 반면 문화재청은 생태제방이 조성되면 암각화의 경관이 훼손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경관훼손이 자칫 암각화의 유네스코 등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이유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네스코 등재보다는 소중한 우리의 유산인 암각화를 보존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생태제방안으로 결정하자는 말은 아니다. 단지 불확실한 임시보존 방안이 아닌 가장 확실한 영구보존 방안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 저것 따지는 사이에도 반구대 암각화의 훼손이 계속되기에 하는 말이다.

최창환 사회문화팀 cchoi@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