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부족에 대비해 인식개선 절실
매우 심각한 ‘물 스트레스’ 국가

▲ 김기호 K-water 울산권관리단장

우리들 대부분은 일상생활에서 아낌없이 물을 쓴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집에 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물이 없는 불편한 일상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280ℓ.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1일 수돗물 사용량이다. 미국 378ℓ, 일본 311ℓ보다는 적지만 독일 150ℓ, 덴마크 188ℓ보다는 월등히 많다. 과연 우리나라가 이 정도 양의 물을 써도 될 만큼 여유가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274㎜로 세계 평균(807㎜)보다 약 1.6배 많지만 1인당 연 강수총량(2660㎥) 및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1453㎥)은 세계 평균에 비하면 약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강수량이 계절별, 지역별로 편중이 심한 것도 원인이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물이 풍부할 것 같지만 한해에 유입되는 총 1297억㎥의 물 가운데 증발되거나 바다로 흘러가는 물을 제외하면 단 26%인 333억㎥만이 실생활에 이용된다.

국제인구행동단체(PAI)에 따르면 물수요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의 10%를 넘게 되면 물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되는데,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OECD 34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물스트레스 비중이 40%를 넘는 매우 심각한 물스트레스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물수요 대비 공급 환경이 현실적으로 녹록치 않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가 미래에 물부족 사태를 맞지 않기 위해서는 물소비에 대한 개개인의 인식 개선이 절실히 요구된다.

때마침 지난 3월22일은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UN은 1992년 물의 소중함을 알리고, 세계 각국의 관심과 참여를 통해 전 세계의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물의 날을 제정·선포했다. 매년 주제를 선정해 물관리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고 있는데, 올해 세계 물의 날의 공식 테마는 ‘Water and Jobs’로 물과 직업의 연관에 대해 다루고 있다. ‘Better Water, Better Jobs’, 충분한 양과 질의 물이 일하는 사람들의 삶과 생계, 그리고 사회를 바꾸어 나갈 것이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UN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물과 관련된 분야에 세계 근로자의 절반인 약 15억명의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생각 외로 높은 수치에 의아할 수도 있으나 전 세계에서 10억 명의 사람이 농업·어업·임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충분한 양과 질의 물이 그들의 생존에 필수 요소임을 고려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또한 화학, 에너지 등 제조 분야 기업들도 제품 생산이나 자체 생산 라인의 신·증설시 공정상 반드시 물을 필요로 하고 있어 만약 물부족으로 인해 가동이 장기간 중단된다면 해당 기업의 생존과 일자리도 불안해 지는 것은 자명하다.

아울러 70억이 넘는 전 세계 인구가 먹을 식량을 만들어 내기 위해 농부들이 이상기후 하에서 물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은 점점 더 중요해져 가고 있으며, 매 시간 38명의 근로자가 물과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는 상황을 더나은 물과 위생으로 개선할 수 있음을 감안한다면 물은 직업과의 단순한 연관관계를 떠나 생존과 직결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중부지방에 40년 만의 심각한 가뭄으로 제한급수와 생활불편 등을 겪은 바 있어 그동안 언제든지 부족함 없이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오던 물의 가치와 소중함을 국민들이 새삼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울산은 매일 100만㎥이 넘는 물을 생활 및 공업용수로 사용하고 있지만 110만이 넘는 인구 규모와 기후 변화에 따른 울산 지역 강수량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수자원이 충분한 지역은 아니다. 따라서 K-water에서는 대곡·사연댐의 과학적인 연계운영과 낙동강 물의 효율적인 활용으로 대한민국 산업수도 울산의 차질 없는 물공급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세계 물의 날을 기점으로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김기호 K-water 울산권관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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