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장하나·김세영...소포모어 징크스 없어
부담감 이겨내고 활약

▲ LPGA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효주

스포츠에는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용어가 있다.

신인 때 잘했던 선수가 2년차가 되면 기대 이하의 성적에 그치는 현상을 말한다. 못해도 본전인 신인 때는 심리적 부담이 없어 마음껏 기량을 펼쳤지만, 팬과 미디어와 주목을 많이 받고 기대치가 높아지는 2년차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탓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신인왕 출신은 이듬해 슬럼프에 빠지는 일이 많다. 신인 때 워낙 잘했기에 이듬해에 겪는 심리적 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소포모어 징크스’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2년차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올 판이다.

▲ 장하나

올해 치른 6차례 대회에서 LPGA투어에서 2년째 시즌을 맞는 선수들이 4차례 우승했다.

시즌 개막전 퓨어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 우승자 김효주(21·롯데), 코츠 챔피언십과 HSBC 위민스 챔피언스를 제패한 장하나(24·비씨카드), JTBC 파운더스컵 챔피언 김세영(23·미래에셋)은 모두 지난해 LPGA투어에 뛰어든 2년차들이다.

작년 신인 시즌에 이들은 신인왕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신인왕 레이스에서 김세영, 김효주, 장하나는 1위, 2위, 그리고 4위를 차지했다.

김세영은 신인 때 3승을 쓸어담았고 김효주도 한차례 우승을 거뒀다. 장하나는 우승은 없었지만, 준우승 네번으로 신인치고는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눈부신 루키 시즌을 보낸 이들 셋은 작년보다 더 강해진 모습으로 필드에 나타났다.

작년 성적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이겨낸 것이다.

▲ 김세영

김효주는 지난해 6번째 대회에서 우승을 신고했다. 올해는 개막전부터 우승 소식을 전했다. 시즌 초반에 강한 김효주는 올해 페이스가 더 빨라졌다.

작년에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였지만 김세영에 밀린 김효주는 올해는 작년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을 안았지만 첫 단추를 잘 꿰면서 성공적인 2년차를 시작했다.

지난해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주저앉았던 장하나 역시 일찌감치 2승을 올려 ‘최강의 2년차’로 거듭났다.

장하나는 “4차례 준우승을 4차례 우승 실패로 여기지 않았다”면서 “준우승이면 잘한 것 아니냐”는 긍정적 생각으로 ‘소포모어 징크스’를 피해갈 수 있었다.

김세영은 셋 가운데 가장 빛나는 신인 시즌을 보냈기에 ‘소포모어 징크스’의 덫에 걸릴 가능성이 가장 컸던 게 사실이다. 김세영이 지난해 투어 최정상급 성적을 올렸다. 3차례 우승과 상금랭킹 3위는 신인의 수준을 뛰어넘는 깜짝 활약이었다.

그만큼 이번 시즌을 맞는 김세영의 부담은 컸다. 김세영은 “올해 자신감을 잃었던 적이 잠시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김세영은 개막전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 준우승에 이어 코츠 챔피언십 3위로 순조롭게 시즌을 열었고 시즌 다섯번째 출전 대회에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루키 시즌을 보낸 뒤에 더 강해진 모습으로 2년차를 맞는 3명이 모두 한국 선수라는 사실을 주목한다.

박원 JTBC 해설위원은 “LPGA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는 사실 신인이나 2년차라고 볼 수 없다”면서 “이미 한국 무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겨냈고 기술적, 정신적으로 높은 수준에 올라 있다”고 말했다.

신인 시즌은 미국 무대 적응 기간일 뿐이라는 뜻이다.

장하나와 김효주는 한국에서 상금왕까지 차지했고 김세영은 한국여자골프투어에서 5승을 올렸다. 미국에 건너간 지난해에 ‘준비된 신인’이었다면 경험이 쌓인 올해는 본격적으로 투어 ‘넘버원’에 도전할만한 토대가 든든한 선수들이다.

이들 2년차 3인방은 리디아 고(18), 박인비(28·KB금융),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구축한 ‘트로이카’ 체제에 이미 도전장을 던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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