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직후 벌어질 차기 권력지형 암투
지금까지의 공천 다툼보다 훨씬 격렬
혈세 받는 정치권 국민 위한 정치해야

▲ 김두수 정치경제팀부장(서울)

여의도의 ‘막장드라마’가 20대총선 후보등록을 하루 앞둔 23일 오후 늦게 막을 내렸다. 올초부터 3개월동안 전국에 방영된 여의도 막장드라마의 대미는 역시 여권의 ‘유승민 고사작전’이다. 여기에 더민주의 ‘김종인 셀프공천’으로 촉발된 중앙위 반발기류와는 정반대로 ‘엎드려 사과’식의 백기투항으로 막을 내린 지도부의 행동도 흥미를 더하는데 일조했다.

그동안 방영된 막장 공천드라마에서 관객의 뇌리 속에 박힌 장면들은 이루 말할수 없이 많다. ‘40명 살생부’ ‘친노·비노 죽기살기’ ‘여론조사 조작유출’ ‘김무성 죽이기’ ‘친박의 비박 죽이기’ ‘유승민 고사작전’ 가운데 특히 유승민 몰아내기는 후보등록 직전, 그것도 자정까지 꼼짝없이 몰아가는 치졸함이 묻어났다.

막판까지 유승민의 목을 바짝 조이며 리얼하게 그려낸 ‘고사작전’은 무소불위 공관위원장의 탁월한 연기력과 일부 최고위원들의 측면지원, 그리고 김무성 감독의 무기력과 맞물려 관객들마저도 피가 마를 정도의 스릴과 서스펜스를 두루 갖춘 명장면들로 가득 채워진 ‘압권’ 그 자체였다.

유승민 죽이기 일각에선 “당당하게 목을 치자”라는 측과 “고양이에게 칼을 잘못 들이댔다간 살아 돌아오면 호랑이가 된다. 역풍이 불지 않도록 스스로 죽게 만들어야 한다”라는 상반된 주장이 충돌했다. 이런 상황에서 23일 오후까지 해법을 찾지못한 여권 일각은 가둬놓은 ‘우리’를 슬그머니 풀어주고 ‘야반도주’를 유도하는 쪽으로 정리했다. 만일 유승민이 4월13일 생환하게 되면 “야반도주 한 사람과는 한지붕 아래 살수 없다”는 당헌·당규를 들이대기 위한 사전각본이다.

유승민이 지난해 국회대표연설에서 권부를 겨냥한 ‘언행’가운데 일부 내용은 맞는지 모르지만 원내대표로서, 당인으로선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는게 중론이다. 하지만 책임있는 집권당이 공천장을 놓고 이처럼 몰아내기식으로 나선 것은 비겁하기 짝이없다는게 작금의 비판여론이다. 새누리당의 돌직구 정두언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4월 총선이 끝나면 (당내 일부는) ‘비루한 간신들’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국회는 ‘국민대표자회의’의 줄임이다. 총선때마다 힘있는 특정 세력들이 국민대표자회의의 구성원을 떡주무르듯 하고 있는 것이다.

울산지역 6개 지역구별 스크린은 어땠을까? 지역의 공천은 막장드라마와는 관계없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다만 2개 상영관은 현역물갈이를 통해 새로운 배우로 채워졌고, 일부는 배우가 교체될 가능성쪽으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가 다시 원점으로 회귀됐다. 이 과정에서 위기를 맞은 금배지 당사자는 손에 땀을 쥘 정도로 긴장한 반면 관객들은 흥미를 더했다.

그렇다면 여의도 막장드라마의 2탄은 과연 무엇일까. 4월 총선직후부터 본격화하는 차기 권력지형을 놓고 벌어질 싸움판이다. 공천장 격투와는 비교조차 안된다. 5월말까지 20대국회 원구성에 이어 7월로 예고된 당권 경쟁가도는 ‘너죽고 나살기식’의 전면전이 확실시 된다. 이때부터 다시 내년 8월로 예고된 차기 대통령후보 선출과 관련된 금배지들의 줄서기 행태는 정치철학도 신의도 없는 철새판이 될 것이다. 정파별 스릴과 ‘저질언어의 격투’가 넘쳐나는 또 하나의 저질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존 여야 3당(새누리·더민주·정의당)에 4월총선 국고보조금 400억원을 지급한다. 여기에다 국민의당 창당으로 72억원이 더 들어간다. 모두 국민혈세다. 국민들은 살기가 팍팍한데 공천장을 놓고 장난질이나 하는 여의도 4류 정치권에 엄청난 혈세를 주고 있으니 정말 통탄할 일이다.

김두수 정치경제팀부장(서울)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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