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영화제 성공위해 힘 모을때
영화제 명칭 두고 시-군간 갈등

▲ 김세원 울산대학교 미술학부 교수

캐나다 벤프는 40대, 이탈리아 트렌토는 60대다. 벤프, 트렌토는 사람 이름이 아니다. 산악영화제가 열리는 도시 이름으로 그 역사가 숫자만큼이나 중장년이다. 이에 비해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작년에 프레영화제를 개최하면서 올해 드디어 탄생의 날을 맞이하게 됐다. 9월 말이면 산이 떠나가도록 울음을 터뜨리며 첫돌의 기쁨을 나누게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사무국직원들은 몇 해 전 울주 7봉 영남알프스를 배경으로 아시아 산악문화의 메카를 꿈꾸며 당찬 계획을 세웠다. 박봉과 산더미 같은 업무 속에서도 사무국 직원들은 국내는 물론이요, 유럽으로 미주로 동분서주하며 발품을 팔아 세계산악영화제의 뼈대를 세우고 모양새를 다져 왔으며 급기야 프레영화제를 통해서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무국직원들의 피나는 열정의 결과였다. 그런데 산악영화제의 이름을 두고 울산시와 울주군 사이에 ‘울산세계산악영화제’니 ‘울주세계산악영화제’니 하며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울산시가 그동안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다가 프레영화제 이후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면서 마침내 영화제 이름의 변경을 시사하게 된 것이다. 울산시로서는 예산지원에 걸맞는 요구일 수도 있겠으나 그것을 염두에 두고 통 크게 예산 지원을 한 것은 아닌지 왠지 뻐꾸기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어쨌든 영화제 추진위원회의 한 사람으로써 한마디 거들자면 행사주체인 울주군이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울산시가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렇지만 단순지원 이상 소기의 목적을 이루려는 발상은 현실적으로 조금 지나친 일이 아닌가 싶다. 적지 않은 예산을 지원하면서 득실에 한 발짝 물러서 있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까지 심혈을 기울여온 울주군으로서는 선뜻 이름 변경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흔한 말로 울주군이 잘되는 길이 울산시가 잘되는 길이 아닐까 싶다. 울주군이 잘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예산 그 자체로 지원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미 울주군은 앞서 언급한 벤프나, 트렌토를 모델로 벤치마킹해 멋진 영화제로 성장시켜 보겠노라고 포부를 밝혔었다. 벤프나 트렌토처럼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요 경제적으로도 한두 푼 드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울산시의 예산지원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소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은 영화제 이름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영화제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하고 실행해야 하는 것이다. 벤프나 트렌토처럼 성공한 영화제로 위상을 갖추려면 그들과 닮은 프로그램으로는 알프스의 높은 산을 넘을 수 없다. 울산만의 특성이 담긴 차별화된 내용을 배낭에 담아 성장시켜야 세계무대에서 경쟁하고 인정받을 수 있다. 울산시와 울주군이 이름 문제로 불협화음을 일으킨다면 경쟁력을 갖추고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싹수가 보이는 문화행사에 울산시의 경제력과 울주군의 재능이 합쳐진다면 이 행사는 분명히 훌륭한 문화아이콘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두 지자체는 울산의 발전을 위해, 산악문화를 위해 공동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얼마나 보기 좋은 그림이 될 것인가. 아마도 전국방방곡곡에 귀감이 될 것이며 울산의 성장동력으로 거듭 날 것이다.

우리의 전래동화 ‘형님 먼저 아우 먼저’에는 형과 동생의 훈훈한 미담이 담겨져 있다. 산악문화를 이끌게 될 복합문화센터라는 논에서 형님인 울산시가 먼저, 동생인 울주군이 먼저 볏단을 옮겨 쌓으면 그 낟가리는 우리 울산을 풍성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며 세계 속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아무튼 산악문화를 선도하게 될 울산에서 올 해 태어날 산악영화제는 산울림이 커야 한다. 건강하고 튼튼해야 장수할 수 있고 벤프와 트렌토와도 어깨를 견줄 수 있다.

김세원 울산대학교 미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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