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에게 "향수"라는 시로 잘 알려진 정지용 시인의 연작시 "바다"에는 이렇게감각적으로 포착된 아름다운 바다가 있었다.  "청제비 제 날개에 미끄러져도-네/유리판 같은 하늘에/바다는 속속 드리 보이오/청대ㅅ닢 처럼 푸른/바다"  그러나 시인의 눈에 가득찼던 그 순결한 1930년대 바다의 모습을 찾으려면 우리는 적지 않은 고민을 해야만 한다. 지금 우리의 바다는 육상 오·폐수의 유입, 간척과 매립, 해양투기, 잦은 기름유출사고 등으로 연안에서부터 서서히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해와 잘 섞이지 않는 연안이나 항만에서부터 오염은 어업을 포함한 해양활동에 장애가 되고 해양환경의 쾌적성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인류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사정이 이런데도 바다오염은 아직까지 우리에게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일반 시민들은 바다의 오염을 대기나 식수의 오염만큼 급박한 문제로 여기지않는다. 태화강, 회야강의 수질을 걱정하고 안타까워 하면서 그 태화강, 회야강, 여천천 등의 강물들이 쉬지않고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하지 못한다.  방대한 해양은 이론상으로 투입된 모든 오염물질을 아주 낮은 농도로 희석시켜 오염의 심각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육지의 생활하수, 공장폐수가 집중적으로 유입되는 울산, 온산 연안지역은 해양의 자정능력이 발휘되기도 전에 쉽게 오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99년 울산지방해양수산청 자료에 의하면 유기물 오염지표인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울산, 온산 모두 수질Ⅱ등급(해수욕, 관광 및 여가선용에 적합한 수질)을 유지하고 있으나, 해양적조발생의 원인이 되는 총질소의 경우 점차 감소하는 추세에 있기는 하지만 울산항 0.55ppm, 온산항 0.34ppm으로 공히 수질Ⅲ등급(공업용 냉각수 및 선박정박에 적합한 해역) 기준인 0.2ppm이하를 초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영양염류의 농도가 높은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99년기준 하루 637천"의 울산지역 오·폐수발생량이 적정처리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하천을 통해 또는 해양으로 직접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온산항에 위치한 용연하수처리장의 경우 질소나 인의 처리가 불가능한 1차처리후 해양으로 배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울산과 온산 연안지역의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해역수질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육역의 철저한 오염관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종류와 동태, 이들이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이들 물질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 등에 관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또한 해양오염의 80%이상을 차지하는 육지부의 오염대책과 연계된 연안지역의 사전오염예방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해양환경보전에 장애가 있거나 장애가 우려되어 해양오염방지법상의 특별관리 해역이 되어버린 울산의 바다, 저 옛날 처용의 전설이 서리고 율포(지금의 북구 정자동)의 바다에서 멀리 박재상을 일본으로 떠나 보내는 아내의 애틋한 이별이 있었던 그 울산의 바다가 신음하고 있다.  바다가 어머니를 닮은 것은 모든 것을 베풀어주는 포용력과 어떠한 고통도 감내해 내는 인내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자상하신 어머니도 결국 늙고, 병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자녀들은 너무 늦게서야 깨닫는다.  지구 생태계의 어머니, 바다 그 바다의 환경이 파괴된다면, 우리의 미래도 함께 사라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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