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호 사회문화팀

“지난해부터 민원을 넣었는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입니다.” 제보자들이 기자에게 하는 단골멘트로, 스스로 해결 해보려다가 여의치 않으면 이렇게 하소연한다.

지난달 울산시 북구 염포로의 일부 구간이 침하됐다는 제보전화도 이렇게 시작됐다. “정확히는 몰라도 행정기관끼리 무슨 문제가 있는지 책임을 미루는 모양새입니다. 주민 안전은 나몰라라 해요.”

전화를 끊은 후 곧장 현장을 다녀왔다. 제보자 말대로 염포로 일부 구간이 푹 꺼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당장 위험한 구간은 아니지만 문제가 있어 보였다. 특히 최근 몇년 사이 전국적으로 포트홀이니, 싱크홀이니 하며 논란이 됐던 사안인데도 행정기관은 물론 유관기관들이 1년 가까이 책임 회피를 하고 있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문제였다.

취재에 들어가자 문제가 그대로 나타났다. 도로관리를 해야할 울산시종합건설본부는 당시 관로시설 개선공사 허가를 내준 북구청에 책임을 떠넘겼다. 북구청에서는 ‘엄연히’ 도로관리청은 울산시가 맞지만 당시 공사를 진행한 한국수자원공사 측과 협의해 조만간 하자보수에 들어간다며 지금 꼭 보도를 해야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밝힌 울산의 지반침하 건수는 21건. 17개 시도 전체 대상으로 보면 서울과 경기, 강원, 경남에 이어 5번째로 많았다. 위험물 배관이 많이 매설돼 있는 울산에 살고 있는 시민으로서는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국토부에 보고된 지반침하 사례가 다짐불량이나 되메우기 미흡 등 즉각 보수가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지만 정작 “지반침하 원인이 관로시설 개선공사 후 다짐이 불량했기 때문”이라던 염포로는 보고조차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염포로 주변에는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등이 위치, 대형화물차 통행이 많을 뿐만 아니라 아산로를 제외하고 동구로 가는 주요 도로다. 그런데도 책임 소재 문제 때문에 지반침하 구간인 1차로만 쏙 빼고 다른 차선은 보수공사가 진행됐다. 하자보수에 대한 예산때문이라 이해 해보려 했지만 주민 안전을 도외시한 예산절감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김준호 사회문화팀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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