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혁신도시 ‘더블 하우스’

▲ 단독주택 블럭에서 본 건축물 전경. 건축사진가 윤준환 제공

(주)온건축사사무소가 진행한 혁신도시 상가형 주택 ‘더블 하우스(Double House)’는 지난해 2월 모든 공정을 마무리했다. 이는 올해 울산시 건축사상 주거부문 대상을 받은 건물이기도 하다.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건축가와 건축주와의 관계, 울산지역 건축문화의 미래를 가늠해 봤다.

더블 하우스의 건축주는 일반적인 건축물이 아닌, 차별화된 디자인의 독특한 건축물을 짓고 싶어했다. 좋은 건축물이 탄생하기까지는 건축주와 건축사와의 신뢰가 중요하다. 건축주는 타 분야의 설계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설계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했다. 건축주 부부는 차분한 성격과 달리 새로운 방식을 수용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었다. 이러한 상호신뢰 하에 코너 대지에 대한 새로우면서도 파격적인 동선 체계를 구축한 건축물을 제안할 수 있었다.

1층 상가 2곳 바닥 높이 달리해
공간의 가변성 극대화시키고
2층 임대주택 공간의 질에 중점
3층은 독립성·조망·환기에 주력
울산시 건축사상 주거부문 대상

건축주는 상가주택이 가지는 특성처럼 임대수익을 고려하는 동시에 건축주가 거주할 3층 주택의 사생활 보호를 원했다. 건축주는 주방에 애착이 많았는데, 3층 공간을 구성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 그리고 2층 임대 세대층은 방의 개수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이것은 상가형 주택을 설계하다 보면 항상 있는 일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공간의 질보다는 방의 개수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공간이 가져야하는 최소한의 기능과 크기조차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건축주와의 오랜 토론 끝에 이 건축물에 세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좋은 환경을 제공해 임대수명을 길게 하자는 동의를 얻어냈다.

▲ 파격적인 동선인 산책로.

건축물의 위치는 경사가 있는 혁신도시의 코너형 대지이고 북동쪽으로 멀리 산이 보인다. 또 상가형 주택(3층) 블록과 일반 단독주택(2층) 블록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경사를 활용하고자 1층 상가의 바닥공간을 코너에서 대각 방향으로 양분하고 바닥 높이를 다르게 해 공간의 가변성을 극대화했다. 3층 주택의 진입공간과 현관 그리고 거실에서는 북동쪽의 산이 조망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거실은 양방향으로 매스(mass)가 분절된 사이 영역에 배치를 시켜서 외부 데크와 연계시키고 자연환기가 항상 순환될 수 있도록 했다.

요즘은 1인 가구의 시대다. 하지만 울산이라는 지역에는 아직 양질의 1인 가구를 위한 주거가 거의 없다. 이러한 시기에 임대 공간에 들어와서 사는 사람들에게 질 좋은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특히 원룸이나 투룸은 개별성 및 사생활이 전혀 없다. 이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단독세대 같은 진입공간과 독립성을 부여하고 싶었다. 이와 동시에 코너에서 구축된 중앙동선을 이용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자 했다. 3층 건축주의 주거 영역에서는 건축주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주방공간을 가장 좋은 영역에 배치시키고 싶었으며 거실과 주방 그리고 안방에서 이용할 수 있는 외부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 상가형 주택블럭에서 본 건축물 전경.

이 건축물을 설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개념은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동선체계였다. 코너형 대지에서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직선형 외부계단은 상가형 주택에서 보통의 건축주가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이다. 1층과 2층의 임대소득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단독주택(2층) 블록과 접하는 이 대지의 특성상 오히려 1층 상가도 독립성을 가지고 양분해 임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양쪽 도로면에 모두 접하고 있으므로 상가 전체를 하나로 사용하는 것에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됐다. 이 계단을 이용해 3층에 도달하면 먼 곳에 있는 산과 단독주택 블록 뒤쪽에 있는 가까운 산을 항상 바라 볼 수 있게 된다. 외부계단을 통해 각 세대의 집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다시 각 세대마다 외부의 테라스를 가진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공간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면서 건축적 즐거움을 구축했다.

▲ 수납공간을 디자인한 3층 주인집 내부전경.

설계 기간 중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빠듯한 예산이었다. 예산을 초과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철저한 관리가 필요했다. 모든 건축주들이 그러하듯 예산보다 좀 더 좋은 것과 좀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마음이다. 이러한 건축주의 생각을 잘 이해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예산 범위 내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건축주는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한 본질적인 것에 우선순위를 둬야한다는 우리 생각에 공감했으며 우리 제안을 전적으로 신뢰해 주었다.

▲ 정웅식 (주)온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울산대 디자인·건축 융합대학 외래교수

필자는 더블 하우스가 이 도시를 가득 채우고 있는 답답한 건축물이 아니라 생명력 있는 건축물이 되기를 희망한다. 건축주와 설계과정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주택지에 하나의 문화가 있는 상가형 주택의 출발점이 돼 주택단지의 변화를 이끌었으면 한다. 상가 1층 사무실 공간은 주택 단지에서는 보기 드물게 오픈토크 행사를 매주 마련하는 갤러리가 들어선다. 건축사와 건축주가 함께 만들어가는 독특한 건축물로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줬으면 한다.

정웅식 (주)온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울산대 디자인·건축 융합대학 외래교수

■ ‘더블 하우스’ 건축개요

-울산시 중구 장현동(혁신도시내)

-대지면적 253.5㎡

-건축면적 144.38㎡, 연면적 359.73㎡

-완공시기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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