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품격 높일 참 일꾼 선출해야
후보자 됨됨이·공약 등 꼼꼼히 검토

▲ 이언근 울산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300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전국적으로 21개 정당에서 후보자를 냈는데 253명을 뽑는 지역구 선거에 942명이 후보자로 나섰고(무소속 136명), 47명을 뽑는 비례대표 선거에는 158명의 후보자가 등록했다. 울산에서도 6개 선거구에 21명의 후보자가 출마했다. 1948년 5월10일 제헌국회의원선거 이래로 어느덧 68년의 세월이 흘렀고 스무 번이라는 경험도 쌓였으니 이제 우리나라의 선거도 제법 적지 않은 연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아직 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져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일치 결정으로 작년 말까지 국회의원 선거구가 새로 획정돼야 했지만 여야의 대립으로 선거구획정안을 의결하지 못해 두 달이나 위헌 상태가 계속됐다. 전국의 예비후보자들은 선거구도 모른 채 선거운동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선거구획정을 국회에서 하지 않고 독립된 기관에 맡긴다 하여 뭔가 달라지겠구나 하는 기대도 잠시 갖게 했다. 그러나 별도로 설치된 선거구획정위원회 역시 정치권에서 추천된 획정위원들이 국민들의 기대를 실망으로 바꾸어 놓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주요 정당의 공천 과정을 봐도 박수를 보내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개혁공천을 부르짖으면서 시작된 공천은 이런 저런 잡음을 일으키면서 마지막까지 국민들을 걱정스럽게 만들었다. 공천이라는 게 후보자 개인적으로 보면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라는 것을 감안한다 해도 정당변경과 탈당 등이 수시로 일어났고, 공천의 기준은 무엇인지 아리송한 때도 더러 있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정치권이 국민을 섬기고 두려워한다는 느낌을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처럼 정치가 우리를 실망시킨다고 해서 유권자가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유권자가 어떤 국회의원을 뽑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계속된 국민들의 성실한 노력과 희생으로 짧은 기간에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유일한 국가라 평가를 받을 만큼 저력있는 국가이다. 국민들의 피땀으로 어렵게 도달한 선진국의 문턱을 넘기 위해 이제는 유권자가 올바른 후보자와 정당을 찾아나서야 할 때가 왔다.

선거벽보나 각 가정으로 우편 배달되는 선거공보를 통해서도 정당이나 후보자의 공약 등을 비교할 수도 있거니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누리집·www.nec.go.kr)에 접속하면 이번 선거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우리지역에서 출마한 후보자의 재산은 얼마인지, 군대는 갔다 왔는지, 세금은 얼마를 내었는지, 전과는 없는지 등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참고해 학연이나 지연, 혈연 등 연고주의에 얽매인 투표가 아니라 인물과 정책을 보고 투표를 하는 깨어있는 유권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불법을 저지르는 후보자에게 표를 주지 않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치문화가 조성될 수 있다. 무관심한 유권자를 쳐다 봐 줄 정치인은 없는 까닭이다. 입으로 정치를 비판만 해서는 아무것도 바꿀 수가 없으니 관심을 가지고 선거일인 4월13일(수)에 몸소 투표장으로 향해야 한다.

몇 차례 ‘갑질’ 논란이 근래 있어 왔다. 갑질을 한다는 것이 버려야 될 악습이지만 국민들은 이번에 정치권에 톡톡히 갑질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정치인을 선출할 수 있고 그런 의원들이 생산적인 국회에서 국민의 살림살이가 보다 나아지도록 하는 정치를 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매화와 목련을 거쳐 벚꽃이 추위를 이겨내면서 겨우내 준비한 꽃망울을 예쁘게 터뜨리고 있는 좋은 계절이다. 좋은 봄날에 화사하게 잘 준비된 유권자의 맛깔 나는 ‘갑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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