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형욱 사회문화팀 차장

3~4주전 쯤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전국방송의 새벽 시사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반구대암각화 보존 방안과 관련, 한 문화계(?) 인사와의 전화인터뷰가 전파를 탔다. 인터뷰 요지는 “현재 진행 중인 가변형투명물막이는 반구대암각화 보존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울산시가 있지도 않고 발생하지도 않을 식수난을 이유로 괜한 트집을 잡고 있어 암각화 훼손이 심화되고 있다. 시가 (물막이 공사를 의미하는지, 대체수원 확보를 위한 맑은물 공급사업 때문인지의 의미는 명확하지 않음) 토목비를 확보하려고 반구대암각화를 볼모로 잡고 있다”로 정리될 듯하다.

듣기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울산시, 아니 시민 전체를 싸잡아 국보 하나 지켜내지 못하는 수준의 반문화적 집단으로 매도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사회자도 이를 의식했던지 울산시의 답변을 들어봐야 할 부분이 있음을 환기시켰다. 이는 반구대암각화 보존 문제가 십수년동안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겪어온 울산시민의 낭패감이기도 하다.

문제는 앞으로도 당분간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국무총리실과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울산시 등이 합의해 영구적 보존방안을 마련하기 전 임시방안으로 추진해온 가변형투명물막이의 성공적(?) 설치를 기대하기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설사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외부 공사현장을 미루어 보건대 생태제방 축조 방안보다 더 환경 훼손이 심각한 것은 아닐까라는 우려를 숨길 수가 없다.

더욱이 2013년 6월 가변형투명물막이를 세운다는 합의가 체결된 이후 영구보존방안을 둘러싼 논의는 사실상 중단된 듯하다. 문화재청 등은 물막이시설의 유효설치기간을 10년 정도로 봤다. 암각화 보존과 연계된 울산의 물문제 해결방안인 운문댐 물을 울산으로 끌어오는데 10년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울산권 물문제의 해결고리인 대구·경북권 맑은물 공급사업이 단 한발짝도 나가질 못하고 있다. 암각화 보존을 위한 근본적 해법 찾기가 논외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물막이 실험이 실패로 끝나 계획 자체가 철회되면 수위조절론과 생태제방 축조안이란 해묵은 논쟁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울산으로선 부산시가 최근 낙동강 생태계 복원을 이유로 낙동강하굿둑 철거 사업까지 추진하면서 식수문제는 더욱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 돼있다. 울산시도 물막이 계획이 철회되면 암각화의 근본적인 보존대책으로 생태제방 축조안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물막이시설도 정부와 문화재청 등이 들고나온 안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총선이 끝나면 대구·경북권 맑은물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점이다. 새누리당 대구시당이 이 문제의 조기 해결을 총선공약으로 내세운데다 대구·구미간 협의도 조금씩 진척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정부와 시, 문화계는 총선이 끝남과 동시에 대체수원 확보와 함께 반구대암각화 보존방안 해법 논의를 조기에 마무리짓고 실행에 나서야 한다. 더 이상의 반구대암각화 훼손을 두고 볼수도 없을뿐더러, 암각화 보존 논란 속에 울산시민들의 가슴에 퍼져가는 피멍도 더 이상 두고 보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shin@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