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현주 사회문화팀

울산 남구구립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는 이태은 지휘자의 재치있는 입담에서 나오는 재미있는 곡 해설과 매끄러운 지휘, 알찬 프로그램 기획으로 클래식 애호가들이 즐겨찾는 공연 중 하나다. 지난 달의 정기공연 역시 많은 관람객들이 객석을 빼곡하게 채웠다.

공연시간이 되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무대 위에 올랐고, 이태은 지휘자도 관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내빈 소개와 인사말도 진행됐다. 구청장과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구의원과 새마을부녀회, 바르게살기 남구협의회까지 소개됐다. 소개와 인사말이 길어지자 여기저기서 짜증섞인 소리가 터져나왔다.

공연은 1·2부로 구성됐고, 1부 공연 후 인터미션 시간이 되자 2층 객석에 있던 관객들이 우르르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바쁜 걸음으로 공연장 외부로 나온 관객들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는 푸념을 늘어 놓으며 울산문예회관 옆 남구청으로 향했다.

지역민의 문화생활 향유와 문화의식 수준 향상을 위해 마련된 구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 취지가 흐려지는 순간이었다. 공연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공무원들에게 문화생활을 빙자한 잔업을 시킨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었다.

무엇보다 교향악단의 연주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관객에게 내빈소개와 인사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이젠 진지하게 고려해 봐야 한다. 관객들은 내빈들을 보기 위해 온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남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구청에서 기획하는 공연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누가 길게 인사말을 하느냐, 얼마나 많은 공무원을 동원했느냐에 차이가 있다.

행사 자리를 마련하기까지 응원해 준 내빈을 소개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은 지역행사, 경연대회 등에서만 해도 충분하다. 연주회에서 만큼은 연주자와 관객이 주인공이 되고, 연주회 본연의 목적을 살려내길 바란다.

석현주 사회문화팀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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