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갖가지 공약 난무
공약 검토·비교 올바른 주권행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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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한현 울산 중구선관위 지도홍보계장

아이들이 유치원 다닐 때였다. 가훈을 적어 오라는 숙제가 있었다. 연년생의 두 아이 낳고 살기 바쁜 시기에 가훈이 없었다. 어떻게든 가훈을 만들어야 했다. 가훈을 만들기 위해 이리저리 알아보고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다양한 가훈이 많이 있었다. 가훈을 써 주는데도 있었다. 하지만 취향에 맞지 않았다. 나만의 특별한 가훈이 필요했다. 고심 끝에 묘안이 떠올랐다. 한 문장이 아닌 몇 가지 글귀로 회사의 사훈처럼 만들자 첫째, 둘째, 뭐 이 런씩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습관을 길러 주고 아이들의 행동을 통제 수단으로 지침서처럼 만들었다.

그래서 가훈 같지 않은 가훈이 탄생했다. 첫째로 누구와도 한 약속은 꼭 지켜라 는 뜻에서 ‘약속 지키기’ 둘째 필자가 어린 시절에 패혈증으로 사경을 헤맬 때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약한 자 돕기’ 셋째 쪼들리는 월급쟁이라 ‘절약하기’ 넷째 아이들이 울고 보채는 것이 싫어 ‘항상 웃는 얼굴’ 다섯째 공부하라는 의미에서 ‘책 읽기’ 액자를 만들어 거실에 걸어 놓으니 마음이 흐뭇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까지 이 가훈을 유용하게 이용했다. 아이들의 행동에 문제가 있으면 먼저 약속하자고 했다. ‘친구와 싸우지 않기’ ‘장난감과 과자 사달라고 떼쓰지 않기’ ‘방 정리정돈 청소하기’ 등을 약속했다. 가훈을 핑계로 이리저리 아이들의 행동을 통제하니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걸핏하면 약속하면서 미끼를 제시하거나 체벌로 아이들의 행동을 통제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하루는 기분이 넘치도록 술을 먹고 늦게 집에 늦게 들어갔다. 아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손가락을 꼭꼭 찍었다. 아빠도 우리하고 약속. ‘술 안 먹기’ ‘담배 안 피우기’ ‘집에 일찍 들어오기’ ‘우리와 놀아주기’ ‘갖고 싶은 장난감 사주기’ 등 술기운에 대수롭지 않게 아이들에게 약속을 했다. 며칠이 지난 후에 전과 같이 가훈의 ‘약속 지키기’를 내세워 아이들을 혼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더니 불만을 토로했다. 아빠가 약속한 내용을 지키지 아니하는데 왜 자기들만 약속을 지키라고 하느냐. 지금까지 한 약속은 모두 폐기야. 가훈을 핑계 삼아 약속을 함부로 난발하다가 도리어 발목이 잡혔다. 이후로는 ‘약속 지키기’는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필자의 문제점으로 남게 되었다.

약속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하여 둔다는 말이다. 우리 사회는 모든 것이 약속이다. 법은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할 약속을 강제화한 것이다. 관습이나 문화도 사회 구성원끼리 형성된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규칙적인 생활은 자기 자신과의 약속이 아닐까? 선거 때는 후보자들이 국민들에게 하는 약속, 즉 공약(公約)이 있다.

4월13일 국회의원선거일이다. 2016년 5월30일부터 4년 동안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공약을 쏟아 내고 있다. 정당과 후보자들은 제각기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 복지국가, 교육혁신 등의 공약을 내걸고 있다.

선관위에서는 매세대에 정당과 후보자들의 공약을 알 수 있는 선거공보를 발송을 하였다. 우리 유권자는 지금부터 정당과 후보자들의 말과 행동에 관심을 기우려야 한다. 선거공보를 버리지 말고 공약의 구체성, 실행 가능성, 타당성 등을 꼼꼼히 다져보고, 검토·비교해야 하고, 실천 가능성이 없는 허황된 공약(空約)인지? 그래서 4월13일 지정된 투표소에서 정당과 후보자를 선택을 해야 한다.

장한현 울산 중구선관위 지도홍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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