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 국민소득 제자리걸음 계속
개혁 없이 지속적 경제성장 불가능
신뢰 바탕으로 사회적 자본 축적해야

▲ 정구열 유니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경영학 박사

지난 달 말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만7340달러로 전년의 2만8071달러보다 2.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6년 만에 국민소득이 다시 감소한 것이다. 국민소득이 지난 10년간 2만달러대에서 머물고 있다. 국민소득은 물가와 환율에 따라 좌우되는 명목소득이지만, 현재 경제여건으로 보아 국민소득 3만달러의 목표가 더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은 1992년 국민소득 3만달러를 돌파한 후 지난 20여 년간 대체로 3만~4만달러 대를 오가고 있다. 우리도 이대로 2만달러 대에 주저앉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울산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울산은 우리나라 ‘산업수도’로서 우리나라 경제와 밀접하게 움직이고 있다. 울산은 2011년도에 ‘국내 최초로 수출 1000억달러의 위업’을 달성한 후 수출이 계속 감소해 2014년 924억달러, 지난해에는 730억달러 대로 곤두박질 쳤다.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에 대해 이미 여러가지 처방이 제시됐다. 얼마 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구조개혁 없이 지속적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국적 ‘양적완화’를 언급하는 사람도 있다. 과감한 재정정책을 주문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혁없이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은 기업차원에서 좀비기업을 우선적으로 구조조정해야 한다. 그리고 조선, 해운, 철강, 건설, 석유화학 등 성장한계 산업에 대한 산업구조 고도화도 필요하다. 아울러 R&D를 통한 기술경쟁력을 확보해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이 강화돼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개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정치·사회의 개혁이다. 몇 년 전 월스리트 저널에 경제와 정치사이의 관계를 언급한 기사가 있었다. 100여개 국가를 조사하여 열악한 제도를 가진 국가는 일정한 경제수준 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2009년 당시 연간 국민소득 1만5000달러 정도를 이러한 국가들의 성장의 만리장성으로 봤다. 부유한 국가가 되는 것은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과 다르다. <신뢰>(Trust)의 저자로 유명한 후쿠야마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는 “한 국가의 경제경쟁력은 그 사회가 지니고 있는 신뢰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며 “한국은 신뢰의 수준을 높여야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요사이 우리 사회를 보면 과연 언제 경제선진국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경제외적 문제들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논어에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이 있다. 국가 유지에 있어서 군사나 식량보다 신뢰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경제의 구조조정도 중요하지만 신뢰부터 회복돼야 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애로(Arrow)도 “모든 상거래는 신뢰라는 요소가 들어 있다”라고 했다. 그래서 신뢰가 거래비용을 줄여 경제를 원활하게 돌아가게 한다. 지금 같은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신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정부는 규제혁파를 외치고 창조적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규제개혁은 사회적 신뢰를 전제로 한다. 기업가 정신도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 지켜져야 발휘된다.

여·야, 노·사, 그리고 대·중소기업 간에 신뢰사회의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경제적 자본의 투자보다 사회적 자본의 확충이 더 중요하다. 사회적 자본은 신뢰, 규범, 네트워크를 통한 소통, 참여 등 사회적 자산을 포괄하여 지칭하는 것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회신뢰다. 한 연구에 의하면 사회신뢰는 법치국가, 소득불평등 및 교육수준 등에 의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신성장동력,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여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경제선진국이 될 수 있다.

정구열 유니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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