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더미처럼 많은 과제 쌓인 20대 국회
공약 재점검해 선후·경중 가릴 필요
선거 기간 보여준 초심 잊지 않기를
치열한 경쟁속 승부가 결정났다. 승자에겐 축하를, 패자에겐 위로를 보낸다. 여섯 당선자는 이제 울산의 대표 선수가 됐다. 영광스러운 일인 동시에 엄청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성원을 아끼지 않은 지지자들의 열망에 보답해야 하는 숙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반대편 사람들을 보듬는 일도 커다란 과제다. 어차피 승자와 패자가 있는 싸움이긴 하지만 선거가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사분오열된 민심을 추스르는 일이 먼저일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진심을 4년 임기 동안 유지해 나가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충직한 머슴과 일꾼이 되겠다는 초심을 잊지 않길 바란다. 울산과 시민을 위해서도 많은 일을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국가와 국민을 내다보는 안목과 혜안을 발휘해주길 간곡히 당부드린다.
지금 우리 앞에는 산더미처럼 크고 높은 과제들이 놓여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사리사욕은 물론 당리당략도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특혜를 바라고, 특권을 누리는 자리가 되어서는 절대로 안될 것이다. 국회와 국회의원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하다는 것을 여섯 당선자는 선거과정에서 충분히 느꼈을 것이다. ‘이 보다 더 못할 수 있을까’라는 불신과 불만이 팽배했던 것이 바로 19대 국회가 남긴 오점이자 유산이다. 출발 선상에 놓인 20대 국회가 반드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다시 19대 국회와 같은 식물국회가 재현된다면 국회와 국회의원은 무용론에 휩싸일 것이다. 국민의 이름으로 국회와 국회의원이 거부되는 저항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흔히 민심이라는 파도는 배를 앞으로 나아가게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 민심의 경고와 충고를 외면한다면 국회와 국회의원이라는 배는 격랑에 휩싸일 것이고, 종국에는 뒤집힐 것이다. 국회와 국회의원이 침몰하는 것은 결국 국가와 국민이 침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되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여섯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많은 공약을 제시했고, 또 시민들에게 약속했다. 공약과 약속은 반드시 실천하고 지켜나가겠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이젠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남았다. 그러나 문제는 재원이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증세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활용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부터라도 다시 한 번 공약을 재점검해볼 것을 제안하고 싶다. 가능한 공약이라도 선후와 경중을 가려야 할 것이다. 단기적인 처방과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지역의 발전을 위한 공약은 꼭 지켜야 하지만 조금 더 긴 안목으로 나라와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정의 동반자이다. 지역에 국한되거나 지역에 매몰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다음 세대들의 삶을 책임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 살고 있는 우리 세대만을 생각하는 정책과 사업으로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일촉즉발의 위기선상에 놓여 있다. 경제는 여전히 어렵고 힘든 국면이다. 국회의원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국민이 더 이상 국회와 국회의원을 걱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민의 걱정과 시름을 덜어주어야 한다. 여섯 당선자께서 울산의 대표 선수로서 시민의 선택과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주길 기대한다.
박영철 울산광역시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