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건축교육 텍스트로서의 울산대학교 건축관

▲ 남북으로 긴 삼각형 대지 형태에 맞춰 동서향으로 배치한 건축관.

우리나라 대학 캠퍼스의 건물들은 보통 그 대학의 역사만큼 노후하여 최근에 지은 중·고등학교 건물들보다 시설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 대학교 입학에 대한 사회적 열기에 비해 대학교 환경은 사회적으로 무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축물은 사용자들에게 환경을 제공하면서 우리의 삶을 결정한다. 물리적인 면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의 주요한 생활환경이기 때문에 대학은 사회 모두의 관심사일수 밖에 없고, 대학교 시설은 사회 모두의 책임이라 할 수 있다.

건축은 시대의 거울이라고도 한다. 그 시대의 경제 및 사회적 상황, 그리고 가치관을 반영한다. 대학 캠퍼스 건물 또한 마찬가지이다. 대학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생각해 볼 때 대학 건물은 그 시대, 사회의 귀감이 되어야 한다. 예전의 이상적인 대학 건물은 ‘상아탑’의 이미지에 걸맞게 소위 ‘돌집’이 많았다. 그런데 이러한 ‘돌집’은 그 견고함과 무게감에서 오는 장점과 함께 어두운 집이 되기 쉬운 단점이 있다.

▲ 경사지에 맞추어 계단식으로 구성한 1층 로비,

울산대학교 건축관은 이 이미지에서 벗어나 밝고 환한 건물, 여유롭고 쾌적한 건물을 지향하였다. 외부 마감재료를 커튼월로 결정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이것이다. 건축관은 남북으로 긴 삼각형의 대지 형태에 따라 동서향을 취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빛이 깊게 들어오는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하였고,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는 수직 루버를 깊게 달았다. 우리나라 기후에서는 남향이 에너지효율상 좋은 방식이긴 하지만, 건물을 남향으로 하다보면 건물의 반은 북쪽 면을 향하게 되어 춥고 어둡게 될 수밖에 없게 된다. 영구 음영이 지는 부분은 위생상으로도 매우 불리하게 된다.

남북으로 긴 삼각형 대지에 동서향 배치
햇빛이 깊게 들어오는 장점 최대한 살려
밝고 쾌적…에너지 절약형 건축물 설계
건물 가운데 위치 설계실은 벽없이 노출
강당식 로비 만들고 가변형 전시공간도

울산대학교 건축관 건물은 당시 건축학전공과 건축공학전공 두 전공(재학생수 400여명)으로 이루어진 건축대학의 독립건물로 지어졌다. 일반적으로 건축과는 다른 전공들과 달리 실기과목인 설계과목을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며, 공학과 인문학이 같이 다루어진다. 그래서 처음 현상공모 때부터 설계실을 중심으로 하는 설계지침을 마련하였다. 또한 장래 우리나라 건축계를 이끌어갈 건축인들의 요람으로서 학생들이 자기 건물에서부터 건축을 배울 수 있도록 건축교육의 텍스트로서의 건축을 지향하였다. 예산상으로 여유가 별로 없기도 하였지만, 단순한 마감 방식을 정하였고, 소박한 마감 재료들과 설비들이지만 이들이 노출되도록 한 것도 건축 교육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또한 설계실을 건물의 가운데 층에 위치시키면서 복도 벽을 없애 전 학년의 설계과목 진행을 누구든지 볼 수 있게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학문은 교수로부터 닫힌 강의실 내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선배 및 친구에게서도, 그리고 환경에서도 배울 수 있다.

▲ 각 층마다 다른 색으로 구분한 엘리베이터홀,

근대건축의 특징은 기능성을 위주로 한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건물을 기능으로만 보고, 기능으로 꽉 채워진 건물을 좋은 건물로 여겨왔다. 그런데 건물의 기능이라는 것은 시대에 따라 시간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어서, 현재의 기능에 정확히 맞추다 보면 미래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한 기능에 적합한 공간보다는 오히려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건축관이 지어진 대지의 레벨 차는 8m나 되고, 삼각형의 좁은 부지여서 일반적인 방식으로 대지의 낮은 쪽에 남향 배치를 하면 대지 뒤편에는 높은 옹벽이 생겨나기 때문에 건물의 배치와 진입 방식이 제일 문제였다. 그래서 건물의 본동은 경사에 따라 남북으로 배치하고, 실험실과 강당이 있는 별동은 경사에 나란하게 배치하였다. 진입은 건물의 아래층 두 층을 삼분의 일쯤 비워 만든 필로티 공간을 통하도록 하였고, 경사를 이용하여 야외극장 식으로 만들었다.

이 공간은 건물 진입시 필요로 하는 적절한 여유 공간이기도 하지만 여러 용도로 사용될 수도 있도록 하였다. 또한 대지의 중간 레벨에서 시작하는 1층의 로비도 강당 식으로 만들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기도 하면서 다목적 공간이 되도록 하였다.

▲ 설비 및 마감재료가 노출된 복도 및 계단,

이 공간에서는 휴식뿐만 아니라 특강, 음악회 그리고 전시 등 다양한 행사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로비공간 옆에는 또한 가변형 전시장을 마련하여 전시공간이 로비공간까지 확대되기도 하고, 로비에서의 행사가 전시장까지 넓어질 수도 있도록 하였다. 삼각형 대지 각 방향의 여러 레벨에서 건물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각각 특징 있는 진입공간을 마련하였다.

▲ 신재억 울산대 디자인·건축융합대학 교수

장래 증축을 대비한 측면도 있지만, 건축관에는 몇 개의 여유 공간을 가지고 있다. 본동과 별동을 분리시켜 배치하면서 이들을 잇기 위한 연결 공간, 별동의 지붕을 이용하여 본동 3층 설계실에서 나갈 수 있는 옥상정원 공간, 5층 가운데 부분에 마련한 외부 데크 공간 등은 특별히 건축물의 입면을 아름답게 꾸민 결과가 아니면서 효율적으로 다양한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건물 내부공간을 밝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개인적인 여담이지만 정해진 건축비와 공사기간 내에서 짓다보니 마감재료의 선정이나 상세들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특히 필자가 몸담고 있는 건축과의 건물이다 보니 설계 및 공사를 진행하면서 많은 부담감이 따랐다. 그러나 이 건물의 밝고 다양한 공간에서 공부하는 건축과 학생들이 앞으로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건축인으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신재억 울산대 디자인·건축융합대학 교수

■ ‘울산대학교 건축관’ 건축개요
-울산대 캠퍼스 44호관, 2011년 준공
-건축면적 2363.6㎡, 연면적 7067.3㎡
-지하 1층, 지상 5층
-철근콘크리트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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