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갑성 사회문화팀 차장

양산시가 지난달 시 승격 20주년을 맞았다. 20년이란 세월 동안 양산시는 인구와 재정 등 모든 면에서 급속히 팽창했다. 승격 당시 1996년 3월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인구는 30만2100여명으로 배가량 증가했고, 예산 규모도 1291억원에서 올해 8411억원으로 6배 이상 늘어났다. 학교 역시 초·중·고교 35개교에서 64개교로 늘었다. 기업체도 1937개로 동남권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산업단지는 2곳 161만4000㎡에서 6곳 433만4000㎡로 확대됐다.

하지만 도시는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시민 행동과 의식 수준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깨진 유리창 법칙’이란 게 있다. 어떤 건물의 깨진 유리창 하나를 그대로 방치하면 사람들이 죄책감 없이 다른 유리창을 파손하게 되고 점차 주변으로 확대해 결국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이론이다.

‘시민의식’도 마찬가지다. 비(非)양심 행동 하나를 방치하면 결국 다수가 비양심 행동에 동참하게 된다. 이는 도시 전체를 병들게 한다.

현재 양산지역 주택가를 살펴보면 곳곳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양산시통합관제센터 CCTV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쓰레기 무단투기일 정도이다.

쓰레기 무단투기는 하루에 보통 5~6건, 많게는 10건까지도 적발되고 있다. 삼호동과 동면 원룸촌 일대가 대표적이다. 혼자 사는 가구가 많다 보니 종량제 봉투를 사지 않고 몰래 버리는 현상이 많다는 애기다. 환경미화원은 하루에 8시간, 약 20km를 걸어 다니며 청소하고 있다. 청소도 힘든데 무단투기가 발견되면 범인을 잡기위해 쓰레기를 뒤져 증거까지 찾아야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양산신도시 개발지역 역시 쓰레기 무단투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사 중 폐자재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시민이 함께 사용하도록 만든 공공시설물도 함부로 다루는 사람 때문에 수난을 겪고 있다. 시는 지난해 공공시설 유지·보수비용으로만 3900만원을 들였다. 특히 양산타워는 3D가상현실체험 VR기기, 3D안경, 책 등이 자주 파손된다. 3D가상현실체험 VR기기는 200만원 상당의 고가 물품으로, 한 번 수리비용만 20여만원이 든다. 시민들의 소중한 세금이 낭비되는 대목이다.

지역내 공공화장실 또한 어린이용 변기 뚜껑과 휴지걸이, 휴지통 등이 망가져 사용에 불편을 주고 있다. 시가 “시민 부주의로 공공시설 교체·보수비용이 많이 들고 있다”며 “다 같이 사용하는 기물인 만큼 소중하게 다뤄주길 바란다”고 당부하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 일부 시민들의 비(非)양심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 시 승격 20주년에 걸맞게 실종된 시민이식도 높아져야 한다. 성숙된 시민의식이 곧 도시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그러진 자화상을 바로잡고 ‘깨진 유리창’이 아닌 깨끗한 새 유리창으로 시민의식 수준을 높여가야 할 때다.

김갑성 사회문화팀 차장 gsk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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