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바로크 음악:프랑스 오페라

▲ 프랑스 오페라 라모의 플라테.

바로크 시대의 오페라는 크게 궁정 오페라, 상업 오페라, 중산층 오페라로 나누어볼 수 있다. 궁정 오페라는 정치적 권력의 권위와 화려한 위광을 강조한 것으로 음악 자체보다는 무대 장치나 의상, 발레가 강조된 형식이다. 오페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곧 공연을 후원하는 왕을 상징하고, 심지어 프랑스의 루이 14세의 경우 왕이 직접 오페라의 주연을 맡기도 했다. 특히 루이 14세는 궁정 오페라에 활용할 가수와 연주자를 양성하기 위해 왕립 음악원을 설립하는 등 프랑스 오페라의 중흥에 큰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왕립음악원을 운영한 륄리는 코르네유와 라신으로 대표되는 프랑스 고전 희극과 전원극, 이탈리아 양식의 오페라, 프랑스의 궁정 발레, 막간 희유곡을 결합하여 이탈리아 오페라와는 구별되는 ‘서정비극’과 ‘코미디 발레’라는 프랑스식 오페라 양식을 개발했다.

1687년 륄리가 세상을 떠나고 루이 14세는 종교에 몰입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화려했던 음악과 춤은 베르사유 궁중을 떠나 귀족이나 중산 계급의 저택으로 옮겨 갔다. 사람들은 호화롭고 웅장한 것에 싫증을 내고, 대신 귀엽고 경쾌한 것을 좋아하게 되어 ‘오페라 발레’가 탄생하게 되었다. 오페라 발레는 오페라와 달리 줄거리를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고, 그보다는 얼마나 장식적 요소가 있는가를 더 중요시했다.

상업적 오페라의 발생은 피렌체와 함부르크에서 나타나는데, 이것은 지리상의 발견, 신대륙 항로 개척, 동서 무역을 통해 가능해진 중상주의 시대의 부산물이다. 대규모 오페라단과 오페라 하우스의 소유주는 다른 사업에도 손을 뻗쳐 투기적인 모험을 하였다. 영국의 남태평양 회사, 네덜란드의 튤립 회사, 프랑스의 존 로 회사가 그것이다. 상업 오페라는 상업적 권력의 자기 과시욕의 표현이며 음악을 통한 상업적 이윤을 추구하였다. 최초의 유료 오페라 공연은 1638년 베네치아의 산 카시아노 극장에서 처음 있었고 곧 이어 1639년 런던과 1669년 파리에서 상업적 오페라가 시작되었다.

프랑스 오페라에서 륄리와 함께 중요한 또 한사람은 화성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라모이다. 라모는 법률가의 꿈을 접고 노트르담 성당의 오르가니스트로 재직하면서 교회 연주를 위한 모테트와 세속 칸타타 등을 작곡했다. 륄리가 루이 14세의 후원을 받았던 것처럼 라모도 1727년 최고 문예후원자인 라 푸플리니에를 만나 25년간 후원을 받게 되는데 그가 발표한 첫 오페라 ‘이폴리트와 아리시’를 둘러싸고 논쟁에 휩싸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라모는 륄리의 오페라 양식을 고수하면서도 더욱 풍성해진 화성과 대위법이 당시 륄리 음악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너무 혁신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며, 만년에 계몽 사상가이며 서민적 오페라를 지지한 장 자크 루소에 의해 비판받으며 부퐁 논쟁에 휘말렸다.

▲ 김정호 울산예술고 교감 울산음악협회 회장

부퐁 논쟁은 1752년 파리에 있던 몇 명의 이탈리아인들이 상연한 오페라부파 ‘마님이 된 하녀’에서 시작됐다. 이 작품으로 인해 이탈리아의 오페라 부파를 찬양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는데 이들은 이탈리아 오페라의 발랄함과 단순함에 매료되었고, 라모의 작품을 위시한 프랑스 오페라를 비판했다. 부퐁 논쟁은 ‘오페라 코미크’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오페라 코미크는 서민적인 소재를 사용했고, 일상생활이나 전원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었다. 또한 희극적이며 풍자적이기도 했다. 오페라 코미크의 음악은 보드빌(vaudeville) 즉, 춤과 노래가 섞인 통속희극으로서 원래 잘 알려진 선율에다가 가사만 바꿔서 부르는 형태였다.

부퐁 논쟁 이후 프랑스의 세련됨과 우아함을 추구하는 음악은 글루크에 의해 이어졌는데 그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선율성에 프랑스 오페라 코믹으로부터 얻은 가사 처리 방법을 가미해 ‘오르페우스와 유리디체’와 같은 걸작을 탄생시켰다. 이 작품으로 음악과 드라마의 균형을 실현함으로써 오페라의 개혁을 성공시킨 작곡가로 남게 되었다.

김정호 울산예술고 교감 울산음악협회 회장

▶ 추천음반
-라모(Rameau) - 플라테(Platee), 지휘 마르크 민코프스키(Marc Minkowski), 오케스트라 르 뮈지시엥 뒤 루브르(Les Musiciens du Louv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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