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에서 좌절 겪고 있는 20대
고통스러운 실업난이 표심으로 연결
겸손하고 진실된 정치가 민심 얻어

▲ 황정욱 연합뉴스 정치담당 에디터

4·13 총선이 여당 참패로 끝났다. 무소속 돌풍이 거셌던 울산도 무풍지대는 아니었다. 총선 당일 오후 6시를 기해 일제히 나온 지상파 방송의 출구조사 결과부터 충격적이었다. 민심 저변의 흐름을 그렇게 몰랐을까. 정치부 기자 대부분은 자괴감, 무력감을 느꼈을 것이다. 여당은 더했다. 혼돈과 공포가 엄습했다고 한 당직자는 토로했다. 그 공포의 끝은 내년 연말 대선이다. 이 상태로라면 대선 승리도 희박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아직 정확한 총선 분석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령별 투표율 등 선관위 집계의 구체적인 수치가 한참 뒤에 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주목할만한 현상은 있다. 여당의 오만스러움, 잡스러움이 패배를 자초했다거나, 보수성향 유권자의 상당수가 투표를 포기했거나 방향을 돌렸다는 상식적인 코멘트는 제쳐두자. 필자가 평소 관심을 가져왔던 것은 인구학적인 관점이다. 이는 내년 대선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50대 이상 유권자는 1821만3328명으로 245만여명 늘어난 반면 30대 이하는 1499만9118명으로 60만여명 줄었다. 4년만의 증감치인만큼 1년8개월 남은 내년 대선까지 이 추이가 그대로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50대 이상은 대략 100만명 정도 증가하나 30대 이하는 25만명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문재인 후보는 각각 51.55%, 48.0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표수로는 108만표 정도 차이가 났다. 17대 대선의 경우 이명박, 정동영 후보간 득표율차는 22.6%P였으나 그 이전인 15, 16대 때는 1.6%P, 2.3%P차의 박빙 승부였다. 승자는 김대중, 노무현 후보였고, 패자는 두번 다 이회창 후보였다. 이런 정도의 미세한 승부에선 인구 구조의 변화가 큰 변수가 된다. 통상 큰 틀에서 50대 이상은 보수적인 성향, 30대 이하는 진보적 성향 유권자로 분류된다. 이런 결과를 종합하면 내년 대선에선 새누리당이 인구 분포상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급속한 우리 사회의 저출산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산술적으로는 ‘새누리당 장기 집권’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계산에도 변수는 있다. 이번 총선에서 관측되는 20대의 표심이 대표적 예다. 한 언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에 표를 준 20대는 15.7%에 불과했다. 더민주당 58.2%, 국민당 17%, 정의당 1.3%로 야권이 무려 76.5%를 가져갔다. 왜 20대는 앵그리 보터(angry voter)가 됐을까. 선거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에서의 좌절을 꼽는다. 청년 실업률이 10%를 훌쩍 넘는 열악한 환경에서 20대는 취업 실패자이거나, 취업을 했다 하더라도 눈높이를 낮춰 성에 차지 않는 직장을 골랐을 가능성이 높다. 30대의 상당 수도 이 케이스에 해당된다.

청년 실업의 원인에 대해선 여러 분석갈래가 있으나 이도 인구학적으로 풀어보면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자녀들이 대거 취업기에 몰려 있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청년 취업난에 한결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게 필자의 관측이다. 다만 당분간 청년들의 고통스러운 실업난이 해소되기는 쉽지 않다. 최소 몇 년은 더 가야 간신히 큰 언덕을 넘을 수 있을 전망이다. 앵그리 보터가 존재할 공간이 다량 있는 셈이다.

내년 대선 승패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여당의 경우 후보 윤곽조차 잡히지 않는 상황인데 인구학적 분석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겸손하고 진실되게 국민을 위한 사심없는 정치를 하다보면 민심을 얻고 대선에서도 승리한다는 원론적이고 재미없는 결론만 남겨두자.

황정욱 연합뉴스 정치담당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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