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효과 누리던 범여권 후보들
총선 참패 직후 비판 날 세우고 등 돌려
의리 지킨 두 의원의 막후 역할론 기대

▲ 김두수 정치경제팀 부장(서울)

선거참패로 난파에 직면한 새누리당호의 선장과 기관장, 갑판장은 물론 선원들이 서로 삿대질을 하면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총선 참패 직후 나타나는 불길한 징조로, 진정한 반성은커녕 계파간 삿대질과 책임 전가에만 급급하다. 특히 친박 일부는 물론 비박계에선 청와대에 책임을 전가하는 목소리를 한층 높이고 있다.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당선인 워크숍. ‘진정한 반성’ 없는 ‘쇼’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카메라 앞에 선 당선인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고 “통렬한 반성을 하며 국민의 입장에서 당을 쇄신하고 변화시켜 나가겠다”는 결의문도 채택했다. 하지만 기자들이 떠난 뒤의 자유토론에선 ‘자중지란’ 그 자체였다. 지도부를 겨냥해 “삼보일배를 하든지, 삭발이라도 해라. 뭔가 진정성 있게 책임 통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질타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친박계를 겨냥해 “나서지 말고 2선 후퇴하라. 나서봐야 되지도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린 이도 있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물론 10여명의 당선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집권 새누리호가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산으로 가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총선가도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가 상승곡선을 그릴때 ‘박근혜 마케팅’을 마음껏 누린 범여권 후보들은 과연 어떠할까?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모두가 등을 돌리는 비정함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겨냥해 연일 비난의 날을 세우고 있다. 물론 총선결과가 말해주듯 박근혜 정부의 실정과 파행적 공천과정 등이 맞물려 비판에서 자유로울순 없다. 여론의 뭇매를 맞아도 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정치적·인간적·도의적 관점에서 보게되면 다른 문제다.

여의도 정치권, 그것도 새누리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의 무책임한 행태는 앞과 뒤가 전혀 맞지 않다. 최소한의 정치적·인간적 신의마저 저버리는 저급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어제의 친박 가운데서도 더욱 그렇다. ‘배신의 정치’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로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수준이 아니라 뒤에서 아예 칼을 내리꽂는 형국이다. 여권의 이같은 저급함속에는 21대 총선 공천티켓이 ‘차기 대통령’에 좌우될 수 있다는 얄팍한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울산지역 여권 일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뼛속 깊숙이 ‘박근혜 정서’를 갖고 있는 여권 인사도 있다. 정갑윤(중) 부의장과 박맹우(남을) 의원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2007년 대권경쟁에서 추락한 후 비주류의 중심부에서 핍박을 받는 가운데서도 늘 함께해온 정 의원은 좀처럼 흔들림 없다. “정치를 안했으면 안했지 ‘박근혜’를 배신할순 없다”면서 “박 대통령 퇴임 이후까지도 신의와 의리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공천심사 당시에도 “친박이라 해서 공천장 안주면 여기서 그만해도 된다. 훌훌 털어버릴수도 있다”라고 했다.

3선시장에 이어 2014년 재보선에서 국회에 등원하기 오래전부터 ‘박정희 지도자론’과 함께 ‘박근혜 맨’정서를 가져온 박 의원도 그렇다. “비록 지금은 어렵더라도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될수 있도록 끝까지 도울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여론을 대신해 뒤집어 쓸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도 했다. ‘박근혜 지키려다’ 4년뒤 21대 국회에서선 혹여라도 못보게 될지도 모를 두 정치인의 신의와 의리. 총선 참패후 ‘태풍의 중심부’에 선 박근혜 정부에서 두 정치인의 막후 역할론이 기대되는 이유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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