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악화 가능성도…외환당국 “시장 상황 지켜볼 것”

 

미국 재무부가 29일(현지시각) 한국을 환율 조작과 관련한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해 한국의 환율 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관찰 대상국(Monitoring List)은 이번에 개정된 미국의 ‘무역촉진진흥법’(BHC수정안)에 만들어진 새로운 범주다.

미국의 개정 무역촉진진흥법은 이런 관찰 대상에 대한 조처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의 외환정책을 감시하겠다면서 원화가치를 끌어올리라고 압박해 수출 부진에 고심하는 한국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美 “한국 외환정책 투명성 높여라”… 韓 “환율, 시장에서 결정”

미국 재무부는 ‘주요 교역 대상국의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이유로 미국에 대한 상당한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 경상수지 흑자 유지를 제시했다.

2000년대 2% 수준이던 한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2013∼2014년에 6%대로 크게 상승했고, 지난해(1천75억달러)에는 경상수지 흑자가 처음으로 1천억달러를 돌파하면서 GDP 대비 비율이 7.7%로 상승했다.

전체 수입의 약 40%를 차지하는 에너지와 상품 가격이 내려가면서 수입가격이 하락한 데 기인한 것이다.

최근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크게 늘어 2010년 94억달러에서 2015년에는 약 2.5배인 258억달러로 뛴 상황이다.

다만 한국은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일방적이고 반복적인 개입’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아 심층분석대상국 지정에서는 제외됐다.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이 환율 시정을 요구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해당국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를 금지하는 제재를 받게 된다. 이번 보고서에서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없다.

미국이 지적한 한국의 환율 개입 시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3월까지다.

미국은 이 기간에 한국이 260억 달러 매도개입을 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미국은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난 3월 사이에 금융시장의 불안에 대응해 원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간섭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이런 간섭이 “과거 몇 년간의 (원화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한 비대칭적인 개입에서 벗어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재무부는 그러면서 “한국이 무질서한 금융시장 환경에 처했을 때만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제한하고, 외환정책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한국 정부 당국이 내수 지지를 위한 추가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런 간접적인 압박에 그치지 않고 “중기적인 원화가치 상승은 한국이 지금의 지나친 수출 의존에서 (경제 기조를) 선회하도록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원화 가치 상승을 강요했다.

한국의 외환 당국은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고 이를 존중한다”면서 “환율이 급격하게 급변동할때는 미세조정을 하지만 이는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 나라가 하고 있다”고 밝혔다.

◇ 수출에 악재 될까…당국 “시장 급변동 시 안정조치 할 것, 지켜보겠다”

한국은 ‘환율 조작국’에 해당하는 심층분석대상국 지정은 피했지만 주요 감시대상으로 지목됨에 따라 당분간 외환시장 개입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외환당국은 환율 결정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론적인 입장을 밝혀왔지만,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달러 거래를 통한 쏠림현상 완화 조치를 해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은 물론 원화가치 상승을 압박해오면서 당국의 원/달러 환율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조차 제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자칫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정부 조달 시장 참여가 제한되는 등 직접적인 ‘페널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이 작년 1월부터 올 3월까지 15개월 연속으로 최장기간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가 절상되면 국내 수출기업들이 가격 경쟁력마저 잃게 돼 추가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미국 보고서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미국 보고서에서도 우리가 절하, 절상 양방향으로 방어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며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고, 급변동시 시장안정조치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으로 대응이 달라질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응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미국도 인정하는 만큼, 필요에 따른 스무딩 오퍼레이션 등 조치는 계속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가 의회에 보고하기 위한 내부 정치적인 목적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대해 당국은 “미국이 계량적인 기준을 제시했고, 객관적이기 위해 노력한 것 같다”면서도 “기준이 정확한 것인지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 악화 우려에 대해서는 “현재 수출이 환율 때문에 안 좋은 것은 아니다. 원/달러 환율은 2월에 비해 절상된 상태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주말 지나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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