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오늘부터 지방도 적용

원금상환 유예기간 줄여...원금과 이자 함께 갚아야

대출 끼고 집 사기 어려워져

올해 2월 수도권에서 제한적으로 시행된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가 5월2일부터 울산 등 지방으로 확대 시행된다. 이에 따라 조선 등 주력산업의 부진으로 가뜩이나 침체된 지역 주택시장이 더 얼어붙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나오고 있다.

1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부터 수도권에서 진행하고 있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5월2일부터 전국으로 확대 적용한다. 지방은 최근 몇년간 부동산 규제가 없었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대출 규제가 이뤄지는 것이다.

◇아파트구입시 원금과 이자 함께 갚아야

이 방안의 핵심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이자만 내는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원금 상환을 뒤로 미루고 이자만 갚을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원금상환 유예기간이 최대 1년에 불과하다. 이자와 원금을 함께 갚아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주택수요자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지방에서 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원리금 분할상환으로 전환돼 수요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월부터 수도권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전국 주택거래량이 하락했으며 주택매매가의 상승폭도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김민영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대출규제의 시행범위가 지방까지 넓어짐에 따라 최근 대구, 울산 등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지방 전체로 확산될까 염려된다”며 “분양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KB국민은행은 “지방은 몇년 동안 부동산 규제정책에서 제외됐으나 최근 주택 공급과잉에 대출 규제 강화까지 겹치면서 수요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며 “돈을 빌려 내 집을 마련하거나 투자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울산 부동산시장 영향 얼마나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울산의 경우 최근 2~3년간 공급 증가로 공급 과잉현상을 빚고 있는 상태에서 대출 규제까지 가세할 경우 매수심리가 위축되며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류경춘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울산시지부장은 “2월에 시행된 대출규제 여파로 지역의 부동산시장이 많이 위축돼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에도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시장이 얼마나 더 얼어붙을 지 알 수는 없으나 우려는 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심형석 영산대 교수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수도권에 적용된 지난 2월부터 이미 지방 주택시장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만큼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오히려 울산의 경우 대출규제보다는 주력산업의 침체가 부동산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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