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공공기관 쉬지만…“10명 중 7명은 일하는데 맞벌이는 어떡하나”

“임시공휴일은 그저 남의 얘기죠. ’쉴 권리‘가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새삼 구분 짓는 것 같아 씁쓸하네요.”
 
5월 6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4일간의 황금연휴를 즐기기 위한 나들이객들의 행렬이 잇따랐지만, 한쪽에서는 쉬지 못하는 것은 물론 학교와 관공서 등이 문을 닫아 속앓이를 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자녀를 키우며 광주의 한 중형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이지혜(가명·36·여)씨는 후자에 속했다.

임시공휴일이라 학교, 공공기관, 은행 등이 휴무하지만 병원 진료는 정상적으로 할 뿐 아니라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공장에 근무하는 남편 역시 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씨 부부는 고민 끝에 자영업을 하는 동서네에 아이들을 맡긴 뒤 오후에는 남편이 퇴근을 앞당겨 아이들을 돌보기로 했다.

이씨는 “우리 아이의 초등학교는 이번 임시공휴일에 돌봄교실 이용 희망자가 없어 운영하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아무래도 친구들이 다 놀러 가는 쉬는 날 아이가 학교에 남아있으면 기가 죽을 것 같고 학교 선생님들에게도 보살핌이 부족한 아이로 보일까 봐 눈치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기혼가정(1천182만5천가구)의 43.9%가 맞벌이가정(518만6천가구·2014년 10월 기준)으로, 이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실제 이날 광주 초·중·고 311곳과 전남 809곳이 모두 휴교했다.

일부 초등학교만 돌봄교실을 운영했지만 신청 인원은 학교별로 10명 안팎에 불과했다.

유치원 역시 광주 공·사립 311곳 중 13.2%(41곳)만이 이날 돌봄교실 형태로 문을 열었으며 그나마 등원 의사를 밝힌 원아는 전체(2만4천760명)의 0.7%(166명)에 그쳤다.

전남은 유치원 527곳 중 6.1%(32곳)만이 문을 열었다.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이씨처럼 임시공휴일에도 쉬지 못하는 근로자들의 비율이 높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26∼27일 중소기업 35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월 6일 임시공휴일 지정 시 휴무하겠다는 업체는 36.9%뿐이었다.

특히 서비스업이나 의료분야 등 종사자들에게 휴무는 그야말로 먼 나라 이야기다.

광주 시내 병원 239곳과 의원 2천15곳 대부분이 이날 정상진료에 들어갔다.

전남대학교병원은 6일 하루 동안 ‘축소진료’ 형태로 외래 진료를 운영하기로 했다.

전남대병원은 순환기내과, 정신건강의학과, 신장내과, 호흡기내과, 안과, 피부과 등 사전 환자 예약이 잡혀있거나 진료가 필요한 학과는 오전 및 일부만 오후까지 진료하고 다른 과는 휴진한다.

진료비는 평일과 동일하나 응급센터는 휴일 가산진료비를 적용한다.
 
조선대학교병원은 전체 진료부서를 정상 운영하며 응급실을 포함한 모든 과의 진료비도 평일과 동일하게 적용한다.

다만 광주시와 휴일지킴이약국(http://www.pharm114.or.kr/)사이트 등에 따르면 약국은 광주 시내 650여곳 중 73곳만이 운영 의사를 밝혔다.

조선대병원 관계자는 “정부의 급작스러운 임시공휴일 발표로 사전 예약 환자 등의 편의를 위해 정상진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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